檢, 효성 압수수색… 1조대 분식·탈세 혐의 정조준
입력 2013-10-11 18:26 수정 2013-10-11 22:35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가 수천억원대 탈세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재계 26위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 일가의 경영비리 전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7월 CJ그룹 이재현 회장을 재판에 넘기고 3개월 만에 재개된 대기업 사정 수사다.
검찰은 11일 오전 7시30분부터 9시간 동안 검사와 수사관 50~60명을 보내 서울 공덕동 효성그룹 본사와 효성캐피탈 등 8~9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조 회장과 아들 3형제 현준·현문·현상씨, 이상운 부회장, 조 회장의 개인재산 관리인 고모 상무 등 임원 주거지가 포함됐다. 지난 1일 국세청 고발 사건을 배당 받은 지 10일 만이다. 조 회장과 고 상무 등 3명은 국세청 조사 당시 이미 출국금지됐다. 조 회장은 동생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아들 현범씨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여서 이 대통령과 사돈관계다.
검찰은 회장실과 사장실, 회계 담당 부서 등을 집중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영장집행 과정에서 자료 파기 지시 등을 막기 위해 대리급 사원의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았다. 모처에 있던 삼남 현상씨는 압수수색 소식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 현장을 지켜봤다. 다른 총수 일가들은 자택에 나타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의 본류는 탈세지만 탈세만 보기 위해 수사를 시작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7일 서울지방국세청에서 효성에 대한 세무조사 자료를 확보해 분석해 왔다.
효성그룹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해외사업 부문에서 발생한 대규모 부실을 감추려고 10여년간 1조원대의 분식회계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매년 계열사 흑자 규모를 줄여 부실을 상계하는 일명 ‘털어내기’ 방식으로 수천억원대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효성 측이 90년대 중반 조세회피지역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해외 현지법인으로부터 수천만 달러를 빌리고 이를 매출채권으로 위장해 돈을 빼돌렸다는 의혹도 수사할 방침이다. 조 회장 일가는 은닉 자금으로 국내 상장주식을 거래해 비자금을 불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 일가가 90년대부터 차명 운용한 주식 등 재산은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 회장이 차명주식 거래 등을 통해 수백억원대 양도세도 탈루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조 회장 일가는 계열 금융사인 효성캐피탈을 개인 금고처럼 이용해 오다 지난 4월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회사 임원들 명의로 수십억원의 대출을 받은 뒤 이를 세탁해 자신들의 계좌로 받아 사용하는 식이었다. 효성은 97년 효성캐피탈을 세운 뒤 2000년대 초반까지 직원 10명 수준으로 운영하다 2007년 이후 계열사 매출채권을 거래하는 방법으로 사업 규모를 키웠다.
검찰은 효성그룹의 각종 위법행위가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역외탈세와 국외 재산도피, 해외 외장계열사나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비자금 관리, 차명 주식 거래를 통한 비자금 운용 등의 혐의가 CJ그룹 비리 구도와 비슷한 양태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효성그룹 수사도 CJ그룹 수사처럼 총수 일가를 직접 겨냥해 환부를 도려내는 속전속결 행보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효성 측은 “이익을 내서 부실을 갚아왔고 경영권 보호를 위해 주식을 지인에게 명의신탁해 놓은 것”이라며 “비자금 조성이나 횡령은 없다”고 해명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