訪北 케네스 배 모친 ‘억류’ 아들과 상봉… 北 이례적 허용

입력 2013-10-11 18:16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45·한국명 배준호)씨의 어머니가 11일 북한에서 아들과 극적으로 상봉했다. 북한이 억류자 가족의 방북과 면담을 허용한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향후 북·미 접촉 재개를 모색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조치로 보인다.

아들을 만나기 위해 10일 평양에 도착한 어머니 배명희(68)씨는 “오늘 아침 병원에서 아들을 만났다”며 “(아들의 상태가) 그렇게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특히 “아들은 ‘건강이 그리 좋지는 않지만 지금은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두 사람은 아들 배씨가 입원 중인 외국인 전용 병원인 평양친선병원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어머니 배씨는 북한에 11개월 동안 억류돼 있는 아들을 만나려고 미국 정부의 허락을 받아 베이징발 비행기를 타고 평양에 도착했다. 칼 울라프 안더손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가 공항에서 배씨를 맞았다.

어머니 배씨는 이번 방북에 대해 “제가 (방북을) 신청했다. 다행스럽게 미국 정부가 허락해줬다”며 “아들의 건강상태가 매우 악화돼 걱정이 돼서 왔다”고 말했다.

북한이 배씨 모자 상봉을 허용한 것은 북측이 요구해온 북·미 고위급 접촉을 성사시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지난 6월 국방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미 고위급 회담을 미국 측에 제안했다. 양측의 당국 간 접촉은 지난해 북·미 간 2·29합의 파기 이후 전무한 상태다.

앞서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지난 8월 말 방북해 배씨 석방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북한 당국이 한·미 합동 군사연습 등을 이유로 갑자기 초청을 철회해 무산됐다. 당시 미국이 배씨 석방 조건으로 주기로 했던 사례금을 취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배씨는 지난해 11월 함경북도 나진을 통해 북한에 들어갔다가 억류된 뒤 올 4월 반공화국 적대범죄 행위를 이유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특별교화소에서 수감생활을 해오다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