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값 곤두박질·사료값 천정부지… 축산농가 무너진다
입력 2013-10-12 05:36
한우농가가 무너지고 있다. 한우를 키우는 10가구 중 1가구가 적자를 견디다 못해 폐업신청을 했다. 정부는 한우 소비 촉진, 직거래 활성화 등 한우농가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치솟는 사료값, 떨어지는 한우 가격에 폐업 속출=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 대책을 통해 폐업지원금을 지급키로 하고 신청을 받았다. 11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신청 마감을 하루 앞둔 10일 현재 전체 한우 사육농가의 11.7%인 1만5490호가 폐업신청을 했다. 폐업신청 두수도 25만3693마리로 전체 304만3000마리의 8.3%나 됐다.
폐업 가구당 평균 사육 두수는 16.4마리로 20마리 미만을 키우는 영세 축산농가가 대부분이다. 정부가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폐업지원금은 모두 2200억원. 정부가 당초 잡아둔 예산 300억원보다 7배 이상 많은 액수다.
이처럼 한우농가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산지 가격은 떨어지는데 사료값은 치솟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600㎏ 수소 기준 산지 가격은 지난해 12월∼올 2월 평균 417만원에서 지난 6∼8월 325만7000원으로 20% 정도 떨어졌다. 이에 비해 사료값은 국제 곡물가격이 오르면서 1년 새 10% 정도 올랐다. 근본적으로 정부가 생각하는 적정 사육 두수인 250만 마리를 훌쩍 웃돌고 있어 한우 가격은 당분간 상승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약발 안 먹히는 정부 대책=올 들어 정부는 5월과 7월 한우농가 보호 대책을 내놨다. 단기적으로는 직거래를 확대해 소비 촉진을 꾀하고, 중장기적으로 생산 조정을 통해 수급 균형을 이루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정부 대책에도 아랑곳없이 한우 가격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우협회는 정부에 암소 수매를 요청하고 있다. 한우가격 안정을 위해 사육 두수 감소가 필수적이지만 현재 감축 속도가 더딘 만큼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하라는 것이다. 한·미 FTA에 따른 폐업 신청 대상 한우는 도축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육농가에 이양되기 때문에 이에 따른 감축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나 정부는 재정 부담과 과거 사례를 볼 때 수매 효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협회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예상보다 많은 폐업 신청에 농식품부는 당장 예산 확보라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폐업지원금 지급 기한이 내년 말임을 감안하면 지급 시기는 당초보다 늦춰질 수밖에 없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민주당 황주홍 의원은 “송아지 가격이 떨어질 때 정부가 지원금을 지급하는 송아지 생산 안정제로 환원하는 등 직접 효과를 볼 수 있는 가격 안정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