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사랑나눔 화재로 1층 전소...당장 중국동포 100여명 잘 곳 없어

입력 2013-10-10 22:11 수정 2013-10-10 22:13


지난 8일 밤 11시께 (사)지구촌사랑나눔(대표 김해성 목사) 건물 1층 입구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10명이 다치고 1명이 위독한 상태다. 이들은 구로고대병원 등 관내 6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김해성 목사는 10일 ‘김해성 희망편지’ 이메일을 통해 “불길이 순식간에 번지면서 시커먼 연기가 건물을 뒤덮었다. 화재에 놀란 동포들은 건물 옥상으로 대피하거나 뛰어내렸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현재 1층 무료급식소는 전소했고,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입구는 시커멓게 그을렸으며 깨진 유리조각으로 접근이 어려운 상태다. 또 4층 쉽터도 연기 때문에 상당한 피해를 봤다.

1층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한 결과, 화재는 3일 전 입소한 중국동포 김씨의 방화로 추정되고 있다. 김 목사는 “정신 이상 증세를 보였지만 ‘오갈 데 없는 사람을 내쫓지 말라’는 운영방침 때문에 쉼터 관리자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고 했다.

지구촌사랑나눔은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 김 목사는 “지난 10년 동안 정부의 도움도 못 받고 무료급식소와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과 쉼터를 운영하면서 화재보험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시급한 것은 쉼터에 머물던 100여명의 중국동포들을 먹이고 재우는 일”이라며 “우선 급한 대로 빵과 우유를 구해다가 끼니 대신 드렸지만 앞으로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메일에서 “잿더미에서 편지를 쓴다. 운영을 잘못한 저를 용서해달라”고 말하며 “저희를 위해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1983년 한신대를 졸업하고 1980년대 후반부터 외국인 근로자 인권 보호와 지원에 헌신하고 있다. 1994년 성남에는 ‘외국인 노동자의 집’을 설립했고, 2000년 1월 가리봉동에 중국 동포들을 위해 사단법인 ‘지구촌사랑나눔’을 세웠다(010-4545-4888).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