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개발로 빚더미 주민 삶 조명… KBS1 ‘KBS 파노라마’
입력 2013-10-10 18:24
KBS 파노라마(KBS1·11일 밤 10시)
“빚을 내 버티라고 했어요. 그렇게 7년이 지났어요.” 국제도시로의 비상을 꿈꾸던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현장은 공허했다.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재개발 이후 오를 집값과 보상금을 믿었다. 빚을 내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홍보물에 적힌 장밋빛 미래는 감언이설에 불과했다. 빚더미에 오른 주민들에게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은 고작 대출 문턱을 낮춰주는 것이었다. 결국 서부이촌동은 가구당 평균 3억6000만원의 빚만 남은 동네가 됐다.
화물기사 고정기씨는 하루 17시간 동안 운전대를 잡지만 대출 인생을 벗어날 수 없다. 빚을 내 구입한 수억 원대 차량은 상환도 하기 전에 낡아버렸다. 새 차량을 사야 한다. 또다시 대출이다. 매일 4시간도 채 못 자고 운전하지만 생활비보다 할부금과 기름값을 먼저 메워야 한다. 네 명 중 한 명이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는 대학생들 신세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학비와 생활비를 위해 대출을 받고 상환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채무자 신세다. 취업도 하기 전에 대출 인생이 시작됐다.
가계 빚이 1000조에 육박했다. 부채 가구의 평균 빚은 8000만원에 달한다. 빚으로 공부하고 빚을 내 일하고 빚으로 집을 사고 빚으로 생활한다. 정부는 경제 위기 때마다 대출의 문턱을 낮춰왔고 은행은 기업 대신 가계를 상대로 대출 영업에 골몰했다. 소득 증가율보다 부채 증가율이 더 높은 저소득 고비용 구조와 미약한 복지 제도 속에서 개인은 필요한 비용을 빚으로 감당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발 위기를 경고한다. 배우 윤주상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