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으로 매일 15명 사망 VS 흡연자 자기결정권 존중

입력 2013-10-10 18:21 수정 2013-10-10 22:47


“담배 때문에 매일 150명이 사망한다. KT&G는 그동안 7684억원(지난해 기준)을 벌어들였다.”(청구인 측)

“흡연으로 인한 피해는 과장됐다. 흡연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정부 측)

담배의 제조·수입·판매 등을 국가가 허용하도록 하는 담배사업법이 위헌인지를 두고 10일 청구인과 정부 측 대리인이 맞붙었다.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첫 공개변론에서 양측은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며 ‘갑론을박’을 벌였다.

청구인 측에서 먼저 포문을 열었다. 청구인 측 대리인인 이석연 변호사는 “국가는 흡연의 폐해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국가가 담배사업법을 통해 담배의 제조·판매를 허용하는 것은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담배로 인해 매년 평균 5만6000명의 국민이 사망한다는 통계치를 근거로 들었다. 이 변호사는 “담배를 ‘마약’으로 분류해야 한다”며 헌재의 결단을 촉구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서홍관 국립암센터 본부장은 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흡연이 암 사망률 원인의 30%를 차지하며, 심뇌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 원인의 20%를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한 의료비 손실만 매년 1조7000억원에 달하며 그 밖의 손실까지 감안한다면 매년 9조원의 피해가 발생한다고 한다. 담배 판매로 거두어들이는 세금 7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정부 측 대리인인 박교선 변호사는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며 청구인 측 주장을 반박했다. 흡연자들은 이미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고 담배를 피운다. 유해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흡연자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따른 선택이라는 말이다. 또 담배로 인한 피해는 행정청의 허가→담배사업자의 제조·판매→소비자의 구매·흡연 등 단계를 거쳐야 한다. 때문에 담배사업법만으로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법리적 주장도 펼쳤다.

청구인 측은 흡연자들의 권리보다 비흡연자들의 혐연권이 더 중요하다고 맞받았다. 세계보건기구 조사에 따르면 간접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매년 약 60만명에 달한다. 이는 직접흡연 사망자의 10∼15%에 달하는 수치다. 재판관들의 질문도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여부에 집중됐다. 정부 측은 ‘간접흡연 피해는 아직 객관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고 맞섰다. 이어 “흡연권과 혐연권 사이의 문제는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이미 흡연구역을 따로 지정하는 등의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