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요지경… 진료비 자료 조작하고 수임료 차명계좌에 넣고
입력 2013-10-10 18:11 수정 2013-10-10 22:36
화가 A씨는 외국에서 전시한 작품과 국내 갤러리에 출품한 작품들을 현금을 받고 판 뒤 소득을 신고하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탈루한 소득으로 20억원대 별장을 구입했다가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역시 국세청에 발각된 고급 수입악기 전문판매상 B씨는 고객들에게 악기값 할인 조건으로 현금 결제를 유도했다. 이렇게 벌어들인 현금으로 B씨는 개당 5000만원이 넘는 1㎏짜리 골드바를 여러 개 사서 개인금고에 보관해 왔다. 골드바는 매매 차익에 세금이 붙지 않기 때문에 부자들 사이에서 절세 상품으로 인기가 많다.
국세청은 A씨와 B씨를 비롯한 고소득 자영업자 52명이 음성적인 현금 거래를 통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포착하고 지난주부터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0일 밝혔다.
국세청 조사국 김태호 조사2과장은 “시중에서 5만원권을 찾아보기 힘들고 골드바 사재기와 개인금고 판매가 급증하는 최근 일련의 현상들이 탈루소득 은닉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자체 정보수집 등을 통해 소득 은닉 혐의가 있는 52명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조사 대상자 중에는 수술비 입금내역 등 진료 수입 관련 전산자료를 삭제·조작해 세금을 탈루한 성형외과 의사와 현금으로 받은 진료 수입을 차명계좌나 개인금고에 넣어 신고를 누락한 한방성형 전문병원 의사도 있다.
앞서 국세청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고소득 자영업자 4396명을 조사해 2조4088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422명을 조사해 2806억원을 추징하고 16명을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검찰 고발 등의 조치를 했다. 1인당 평균 추징액은 6억3000만원에 달한다. 또 이들 가운데 변호사, 회계사, 성형외과, 피부과, 학원 등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업종 사업자에 대해선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위반 과태료(미발행 금액의 50%)도 함께 부과했다.
이 중 ‘전관예우 변호사’ D씨는 직전 근무지 인근에 법률사무소를 연 뒤 고액의 수임 사건에서 받은 성공보수를 직원 명의 차명계좌로 넣어 수십억원의 수입을 신고하지 않다가 적발됐다. 결국 수억원대 소득세를 추징당하고 현금영수증 미발행 금액에 대한 과태료도 부과받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탈세를 목적으로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세금을 포탈한 사실이 확인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