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비어가니… 기금 끌어다 쓰는 정부

입력 2013-10-10 18:07

세수 부족에 따른 ‘빈 곳간’을 정부가 기금으로 메우고 있다. 정부는 올해 기금 지출액을 본 계획 대비 4조3000억원 추가한데 이어 내년 기금 지출액을 전년 대비 4% 늘리기로 했다.

10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4년도 기금운용계획안’에 따르면 내년도 64개 연기금 지출규모는 517조4341억원으로 올해 본 계획(497조5283억원)에 비해 4% 늘었다. 지출 규모가 50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금지출 가운데 국민에게 직·간접적으로 쓰이는 재정성격 지출은 105조9000원으로 본 계획에 비해 7.7% 늘어 4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재정성격 지출은 6개 사회보험성 지출, 44개 사업성지출, 4개 계정성 기금, 기금운영비, 차입 이자상환액 등이다. 내년도 기금운용계획은 본 예산과 비슷하게 경기활성화와 보건·복지·고용 분야에 지출에 무게를 뒀다.

우선 창업, 개발기술사업화, 장기 시설투자, 사업전환, 소상공인 등 민간금융이 기피하는 시장실패영역에서 성장성 있는 중소기업을 선별해 지원하는 정책자금 융자를 3조8200억원으로 올해보다 5000억원 늘렸다. 저소득 서민 주거부담 완화를 위해 주택보증 규모를 31조7000억원으로, 주택연금은 4900억원으로 각각 1조5000억원, 1400억원 증액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 활성화와 공약 이행에 중점을 두어 본 예산을 보완하는 성격으로 편성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4월 추가경정예산 편성에서 3조3000억원, 지난달 중소기업 설비투자 세제지원으로 1조원의 기금 지출을 늘렸다.

기금은 정부가 특정한 목적을 위해 재원을 신축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을 때 설치하는 자금으로, 세입·세출 예산과 별도로 운용된다. 기금 예산은 20% 범위 내에서 국회 동의 없이 변경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국회의 감시를 피해 쉬운 방법으로 재정 운영을 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내년 지출 폭을 확대하면서 재정성격 기금 수지는 19조7000억원 흑자로 올해보다 흑자 폭이 1조2000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