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사태 파문 확산] “회사는 망해도 나만 살자” 법정관리 신청 직전 대주주·임원 ‘먹튀’ 만연
입력 2013-10-11 04:59
회사가 위기에 빠질 걸 미리 안 대주주와 임원들이 정보 공개 이전에 주식을 내던지는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공개 정보로 주식을 미리 사거나 팔아 검찰에 고발되는 일이 매년 40여건에 달했다. 투자자들은 휴지조각이 된 주식에 가슴을 칠 때 대주주와 임원들은 뒤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던 것이다.
◇법정관리 직전 주식 던진 동양 임원=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내던진 정황은 이번 동양 사태와 관련해 상당수 동양 계열사들에서도 감지됐다. 이들은 하나같이 ㈜동양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30일 직전에 해당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웠다.
10일 금감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동양그룹 계열사인 동양매직서비스 이관영 대표는 동양 주식 2만주 전부를 27일장에서 매도했다. 박찬열 동양TS 대표도 같은 날 동양 주식 2만주 가운데 절반인 1만주를 처분했다.
이들이 주식을 내다 판 날은 공교롭게도 동양의 법정관리 신청 사흘 전이었다. 이날 동양 주가는 주당 813원으로 전날(798원)보다 소폭 반등했었다. 이튿날 동양 주식은 거래가 정지됐다. 동양의 거래 정지와 법정관리 신청 여부가 알려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셈이다.
동양 계열사인 동양레저도 27일 담보권 실행으로 동양 주식 7만주를 던졌다. 이로써 동양레저가 보유한 동양의 주식 수는 기존 8878만2137주에서 8871만2137주로 줄었다. 동양레저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달 30일 동양증권 보통주 327만4450주(2.63%)를 처분하고 약 80억원을 챙겼다. 현재 동양레저의 최대주주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으로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 현 회장 아들인 승담씨도 20%를 가지고 있다. 현 회장 일가가 지분을 50% 이상 소유하고 있는 동양레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주식을 미리 팔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기 혼자 빠져나가는 파렴치한 임원들=회사가 흔들릴 때 본인만 살겠다고 투자자들을 외면하는 일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지난해 웅진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 윤석금 회장의 부인 김향숙씨는 가지고 있던 웅진씽크빅 보유 주식을 모두 팔았다.
김씨는 극동건설 부도로 웅진그룹 상장 계열사 주가가 대폭 떨어지자 이틀간 웅진씽크빅 주식 4만4781주를 모두 매각했다. 웅진씽크빅 주식은 26∼27일 이틀 동안 26% 이상 급락했다.
2011년에는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해 검찰에 고발됐다. 조 회장은 회사자금 사정이 극도로 나빠지자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 정보가 공개되는 2011년 4월 13일이 되기 직전 조 회장은 차명계좌로 갖고 있던 보유 주식 3만8384주를 모두 매각했다. 최근 한 IT 계열 코스닥 업체도 상장폐지 직전 가지고 있던 주식을 처분해 무려 41억4700여만원의 손실을 피해갔다.
악성 정보를 알고 이를 이용한 이들 대부분은 임직원이었다. 금감원이 201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미공개 정보 이용 검찰 고발 사례를 분석한 결과 전체 162건 중 대주주와 임직원이 83건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회사에 대해 허가·인가·지도·감독 등의 권한을 가진 준내부자의 미공개 정보 이용 건수도 13건에 달했다.
◇막을 수 없는 미공개 정보 이용=문제는 이들이 이용하는 정보가 기업의 존폐를 가를 중요한 정보라는 사실이다. 실제 유동성 위기, 자본잠식 등 악재성 정보가 공개된 기업(79개) 중 임직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곳의 58.2%(46개)는 2년 안에 상장 폐지됐다. 특히 그중 28개사가 6개월 이내에 상장이 폐지됐다.
하지만 금융 당국 등은 미공개 정보를 사전에 방지해 투자자 피해를 줄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룹 임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주주가 내일 법정관리를 신청할지 아닐지를 미리 알 수 없다”며 “추후에라도 적발을 잘 하는 게 중요한 만큼 최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삼열 이경원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