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성장률 전망 다시 3.8%로… 석달만에 U턴 논란

입력 2013-10-10 18:06 수정 2013-10-10 22:28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3.8%에서 4.0%로 높인 지 불과 석 달 만에 제자리로 돌려놓은 것이다. 신흥국 위기 등 돌발 대외 악재를 원인으로 꼽았지만 한은 전망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경제의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정부의 경기 판단과 상충돼 시장의 혼란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10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8%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발표치(4.0%)보다 0.2% 포인트 내린 것으로, 기획재정부가 내년 예산편성의 기준으로 삼은 성장률 예측치(3.9%)보다 0.1% 포인트 낮다. 다만 올해 성장률은 2.8%로 유지했다.

김 총재는 “IMF(국제통화기금)가 전 세계 성장률 전망을 하향조정하는데 우리만 유지하려면 우리 특유의 요인을 찾아야 한다”며 “대외 의존적인 경제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로서는 바꿀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내년 전망치를 낮춘 배경으로 7월 이후 본격화한 신흥국의 위기와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을 꼽았다.

시장은 한은의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은 예상된 일이라고 반응했다. 최근 IMF와 골드만삭스 등이 3% 중·후반대 성장률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 달 전 성장률을 상향 조정할 때에도 대외 불확실성을 떨쳐내지 못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들어 당시 한은의 판단이 섣불렀다고 지적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김진성 거시분석실장은 “7월에 한은이 내놓은 전망이 과하게 낙관적이었던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김 총재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GDP(국내총생산)갭이 마이너스라고 강조하는데 자꾸 낙관적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가 돼야 낙관적이지 않은 것이냐”고 반문하며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 19개월간 유지됐는데, 이런 나라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GDP갭이란 실질GDP와 잠재GDP의 간극을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결과적으로 경기 전망에 있어 정부와의 엇박자도 계속되는 모양새다. 지난 4월 기재부는 저성장 기조 지속 전망을 내놓으며 한국은행에 기준금리 인하를 주문했지만, 한은은 경제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최근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 경제에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한 뒤 얼마 안돼 한은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낮췄기 때문이다. 특히 한은은 이날 미국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향후 성장경로에 하방리스크가 더 우세하다”고 밝혀, 성장률 전망치를 더 내릴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러나 한은은 성장률 하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내년 세수확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운 한은 조사국장은 “내수에서 발생하는 세수가 수출에서 걷는 세수의 2∼3배”라며 “내년에 내수 기여도가 커져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2.50%로 5개월째 동결했다.

한장희 박은애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