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사태 파문 확산] 금융당국 ‘뒷북’ 도마에… 동양증권 계열사 CP잔액 감축 이행 촉구에 그쳐
입력 2013-10-10 18:09 수정 2013-10-10 22:43
금융 당국이 동양 사태에 대해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이 높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동양그룹 관련 시장 동향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 당국은 동양 사태에도 기업 자금시장은 안정적이지만 동양 사태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로 비우량 기업의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은 경기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 업종의 회사채·기업어음(CP) 만기도래 규모와 차환 여부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다.
금융 당국은 동양그룹 투자자와 관련, 불완전판매가 확인될 경우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소비자가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고 금융사가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아 소송이 필요하면 금감원이 소송비용을 지원하는 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같은 방안은 그러나 금융 당국이 정작 예방조치에는 소홀한 채 파장이 커진 뒤에야 뒷북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기식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금감원과 동양증권은 2009년 5월 동양증권의 계열사 CP 보유 규모 감축 및 투자자 보호 조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계열사 CP 발행 잔액을 2011년 말까지 2500억원을 줄인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CP 잔액은 2010년 말까지 1500억원이 감축됐다가 2011년 6월 말부터 오히려 크게 늘었다. 동양증권은 이후 MOU상의 감축액보다 1000억원이나 줄이는 수정안을 제출했으며 이마저도 2011년 말에는 한참 못 미치는 129억원 감축에 그쳤다.
김 의원은 “상황이 이런데도 금감원은 두 차례 이행 촉구만 외쳤을 뿐 실질 대책을 추진하지 않아 동양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금융위의 태만도 도마에 올랐다.
정무위의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금융위가 지난해 11월 초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을 예고했지만 늑장 조치를 취하면서 유예기간을 이달 23일로 늦추는 바람에 투자자들의 피해가 컸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계열사가 일반투자자들에게 위험성이 큰 채무증권 매매를 권유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금융위가 얼마나 시장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했는지 알 수 있다”면서 현 사태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