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민주 ‘잠만 자는’ 24시간 합숙투쟁

입력 2013-10-10 21:18 수정 2013-10-10 22:54


“국회에서 자고 먹는, 비효율적인 이 상황이 도통 이해가 안 되죠.”(민주당 재선 A의원)

“정말 자는 의원들이 있어요?”(초선 B의원)

민주당이 10일로 ‘24시간 국회 비상본부’를 꾸린 지 11일째를 맞았다. 김한길 대표가 지역을 순회하며 국가정보원 개혁 관련 장외투쟁을 이어가는 대신 의원 126명은 의원회관에서 합숙하면서 국정감사에 ‘올인’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일이다. 그러나 처음엔 의원들이 간이침대, 침낭, 세면도구까지 준비하며 열의를 보이더니 점차 흥행(?) 성적은 저조해지고 있다. 전병헌 원내대표마저 최근 비공개 회의에서 “행정실에서 카운트하니 3분의 2 정도만 참여한다더라”며 씁쓸해했다고 한다. 계획했던 심야 의원총회나 상임위원회별 저녁 모임도 흐지부지됐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지도부만 신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대표와 지도부가 오랜만에 강력하게 밀고나오니 며칠동안 할 수 없이 했지만 지역 행사 등으로 바쁜데 몸까지 축났다”고 하소연했다. 한 지도부 의원은 “너무 피곤해 이틀은 모르게 집에 갔다”고 귀띔했다. 그야말로 ‘잠’만 자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택에서 샤워하고 쉬다 취침시간에만 복귀한다거나 여의도 인근에서 회식, 운동 등으로 늦게까지 시간을 보내다 들어오기도 한다.

더 신경이 곤두서 있는 건 보좌진과 당직자들이다. 당장 다음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되는데 의원이 사무실에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아무래도 눈치가 보인다. 밤샘 작업을 하고 싶어도 숙면에 방해될까봐 일찍 퇴근하는 이들도 있다. 한 의원은 “보좌진들이 국감 자료 생산에 집중해야 할 때 나 때문에 오히려 창의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민망하다”고 했다.

김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