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검찰, 실무자 괴롭히지 말고 나를 소환하라”

입력 2013-10-10 17:57 수정 2013-10-10 22:54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10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 “죄 없는 실무자들을 소환해 괴롭히지 말고 나를 소환하라”고 밝혔다. 검찰이 왜곡된 수사 내용을 지속적으로 흘리고 있다는 판단 아래 정면돌파 카드를 빼든 것이다.

문 의원은 오후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이 전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2009년 ‘정치검찰’의 행태를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며 “검찰은 언론 플레이 대신 묵묵히 수사에만 전념하고 수사 결과로만 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지원(e-知園)에서 대화록 초본을 고의로 삭제했다’는 검찰의 수사 기조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대화록 삭제가 아니라 ‘미결재 문서의 당연한 이관 제외’라는 것이다.

문 의원은 “문서 보고 후 대통령의 수정 지시나 보완 지시가 있으면 그 문서는 결재가 끝나지 않은 문서로, 종이문서로 치면 반려된 문서”라며 “보완 지시에 따라 수정 보고가 되거나 될 예정이면 그 앞의 결재 안 된 문서는 이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당시 시스템을 관리했던 실무자 1명만 대동해 검찰에 가서 초본과 최종본의 처리 상황을 밝히겠다고 검찰에 제안했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정치권 발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최종 수사 발표 때 밝히겠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자진 출두를 스스로 결정했고, 보도자료도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 측 관계자는 “주변 의원들이나 보좌진은 만류했지만 본인이 ‘이 부분은 이렇게 가는 것이 맞다’고 했다”고 말했다.

친노무현계인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관계없는 사람을 소환해 마녀사냥 식으로 모는 것을 보고 (문 의원이) 참기 어려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까지도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흠집내고 ‘부관참시’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기초연금 문제 등으로 궁지에 몰리자 대선 경쟁자였던 문 의원을 정치탄압 도구로 삼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문 의원은 보도자료 배포에 앞서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따로 상의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문 의원이 지난 6월 ‘대화록 원본 공개’를 주장했다가 결과가 좋지 않았던 점에 비춰 이번 결정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누리당 강은희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당연히 있을 검찰 소환을 기다리면 될 일”이라며 “문 의원과 노무현재단 관계자들의 해명은 너무나 뻔뻔스럽다”고 비판했다.

엄기영 임성수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