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S4 17만원’ 불법보조금 왜 계속되나… 게릴라 판매수법 못당해

입력 2013-10-10 17:52 수정 2013-10-10 22:17

지난 주말 17만원짜리 갤럭시S4가 시장에 풀리면서 정부의 보조금 규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하이마트를 비롯한 일부 가전제품 양판점은 이동통신 3사용 갤럭시S4를 17만원에 판매했고 제품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그간 보조금 규제 때문에 싸게 스마트폰을 마련할 수 없었던 ‘대기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것이다. 갤럭시S4의 출고가는 89만9800원이다. 이통사의 보조금이 70만원이상 지급됐다는 얘기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으로 제한하고 있는 보조금 상한선 27만원을 크게 넘는 금액이다.

판매점은 10일 “이통사의 가격정책이 내려와 판매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보조금 지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상대방이 먼저 시작해 대응차원에서 했다”고 입을 모았다. 갤럭시노트3 등 신제품이 나오면서 갤럭시S4 재고처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7만원 갤럭시S4 태풍’이 지나간 후에야 “조사 후 처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통사가 과다한 보조금을 살포해 가입자 유치전쟁을 한바탕 치르고 나서야 정부가 ‘뒷북단속’을 하는 상황이 재현된 것이다.

앞서도 이통사와 정부는 수차례 보조금을 두고 술래잡기를 해왔다. 지난해에는 ‘갤럭시S3 17만원 사태’가 벌어져 올초 이통 3사가 순차적인 영업정지 처분을 당했다. 7월에도 보조금 과다 지급으로 KT가 단독 영업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때마다 방통위는 “이번 규제는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엄포를 했지만 한두 달 만에 상황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문제는 이통사들이 보조금 없이 고객을 끌어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올 들어 이통사들은 기존 가입자 혜택을 강화하는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국내 휴대전화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여서 다른 통신사 고객을 끌어오지 않는 한 고객을 늘릴 방법이 없다. 국내 시장은 SK텔레콤이 50%, KT와 LG유플러스가 30%와 20%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KT와 LG유플러스는 끌어올리기 위해 보조금으로 가입자를 모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최근에는 LTE 2위 자리를 두고 KT와 LG유플러스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보조금 전쟁은 언제든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요금제와 서비스가 엇비슷하고 단말기가격은 비싸니 고객은 조금이라도 싸게 살 수 있는 쪽으로 움직이려 한다”면서 “보조금만큼 강력한 유인책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