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이래서 안 나오고 저래서 못 나오고’ 흔들리는 회장님에 위축되는 전경련

입력 2013-10-11 05:02


유동성 위기를 겪거나 총수가 재판을 받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재계 총본산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전경련 활동에 열심히 임하던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강덕수 STX 회장이 최근 잇달아 회장단에서 이탈하면서 더욱 위축된 모습이다. 전경련은 내년 초 이사회를 열어 회장단 개편에 나설 예정이다.

10일 전경련에 따르면 현 회장은 2011년부터 2년 9개월간 14차례 열린 회장단 회의에 11번이나 참석했다. 전경련 회의를 주재하는 허창수 GS그룹 회장(14차례)과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13차례)에 이어 류진 풍산그룹 회장(11차례)과 함께 세 번째로 참석률이 높다. 참석률이 저조한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이 정도의 참석률은 개근상 감이다. 현 회장은 가장 최근에 열린 지난달 12일 회의에도 당초 참석 의사를 전했다가 유동성 위기라는 급박한 그룹 사정 때문에 회의 직전 불참을 통보했다. 지난달 전경련 부회장직에서 사퇴한 강 회장도 회장단 회의에 8차례나 참석했다.

전경련의 더 큰 고민은 회장단 회의 참석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회장단에는 허 회장을 비롯해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19개 그룹 총수와 상근부회장 등 21명이 등재돼 있다. 허 회장 취임 이후 처음 열린 2011년 3월 회의에 17명이 참석한 뒤로 2011년 5월 회의에는 13명, 2012년 5월 회의에는 10명으로 참석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달 12일 회의에는 7명만 모였다.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김준기 동부 회장은 대부분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어 전경련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도 전경련 부회장이지만 대한상의 회장을 겸하고 있어 전경련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가뜩이나 회의 참석자가 적은 상황에서 열심히 활동하시던 분들까지 빠지게 되니 더욱 안타깝다”며 “내년 2월쯤 예정된 전경련 이사회와 총회를 통해 회장단을 개편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기업 집단의 흥망성쇠는 역사와 같은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당시 30개 그룹 중 절반이 넘는 그룹이 허물어질 정도로 전경련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며 “떠나신 분들의 자리를 대신할 만한 분들이 새롭게 성장해서 빈 자리를 메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