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47% “10억 생긴다면 감옥 가도 좋다”

입력 2013-10-10 17:45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절반 정도는 10억원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 감옥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청소년들의 윤리의식은 초등학교에서 고교로 올라갈수록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입시 위주 교육으로 윤리교육이 실종된 것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10일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윤리연구센터의 ‘2013청소년 정직지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100점 만점에 초등학생 84점, 중학생 72점, 고등학생 68점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정직지수가 낮아졌다. 이번 조사는 지난 6월 전국 초·중·고교생 1만172명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초등학생 16%, 중학생은 33%, 고등학생 47%가 ‘10억원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 1년간 감옥에 가도 괜찮다’고 답했다. 또 초등학생 19%, 중학생 27%, 고등학생 36%는 ‘이웃의 어려움과 관계없이 나만 잘 살면 된다’고 응답했다. ‘참고서를 빌려주기 싫어서 친구에게 없다고 거짓말을 한다’는 질문에는 초등학생 26%, 중학생 42%, 고등학생 46%가 그렇다고 답했다. ‘친구의 숙제를 베껴서 낸다’는 문항에는 초등학생 30%, 중학생 69%, 고등학생 78%가 그렇다고 답했다.

사이버공간에서의 부정행위에 대해서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나타냈다. 초등학생의 20%, 중학생 58%, 고등학생 79%가 ‘인터넷에서 영화 또는 음악파일을 불법으로 다운로드 한다’고 답했으며 ‘숙제를 하면서 인터넷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베낀다’는 질문에는 초등학생 47%, 중학생 56%, 고등학생 64%가 그렇다고 답했다.

흥사단 관계자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부모가 성적 위주로 자녀를 교육하다 보니 도덕적 인격형성이 못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를 총괄한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안종배 교수는 “교육을 받을수록 도덕적 가치관이 확립되고 윤리의식이 높아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 반대”라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입시경쟁 체제에 매몰돼 친구를 경쟁자로 인식한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