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타살됐나 병사했나 잊혀진 아웅산 테러범… ‘아웅산 테러리스트 강민철’

입력 2013-10-10 17:30


아웅산 테러리스트 강민철/라종일(창비·1만3000원)

1983년 10월 9일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아웅산 국립묘소 테러사건의 범인 강민철. 강민철은 북한이 그에게 특별한 임무 수행을 위해 붙인 가명이다. 본명은 강영철. 그는 국가의 명령에 응했고, 주어진 작전을 수행하다가 체포되어 미얀마에서 25년이라는 기나긴 수감생활 끝에 2008년 5월 숨졌다. 누구도 그의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다. 시신을 화장해 재마저 없애버렸다는 풍문만 떠돌 뿐. 병으로 죽은 게 아니라 타살이라는 설도 떠돈다. 그는 수감 도중 북한 정권이 자신을 암살하지 않을까 두려워 음식물까지 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풍문을 확인할 길은 없다. 다만 확인 가능한 건 그가 북한에 의해 버려진 사람, 혹은 지워진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국가안전기획부 고위직에 있었던 저자는 1998년 미얀마를 방문하여 강민철에 대한 남한 외교관의 면담을 비공식적으로 성사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당시 그는 KAL기 폭파범 김현희도 자유롭게 살고 있는데 똑같은 ‘국가에 의한 암수(暗數)범죄’의 희생자인 강민철에게도 그런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결론을 내린다. ‘강민철은 남과 북의 갈등으로 빚어진 부조리극의 희생자이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