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변방에서 바라본 항도 부산의 힘과 속살… ‘부산은 넓다’
입력 2013-10-10 17:30
부산은 넓다/유승훈(글항아리·2만800원)
항구도시 ‘부산’ 하면 언제나 넓고 푸른 바다가 떠오른다. 산더미처럼 쌓인 커다란 컨테이너 너머로, 또는 해운대해수욕장에 몰리는 100만 피서 인파 너머로도 넓은 바다가 넘실거리고 있다. 그러나 바다만으로 넓은 부산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부산이 넓다는 건 자연환경이 아니라 부산의 역사적 품이 넓다는 것이며, 부산의 문화적 너비가 광대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문학의 바다에서 부산의 속살을 파헤친다. 저자는 거시적인 것보다 미시적인 것에 관심을 둔다. 부산의 산동네, 노래방, 부산 밀면, 조내기 고구마, 영도 할매와 같은 소재는 제도권 학문에서는 변방으로 밀려나 있지만 이처럼 부산의 문화를 잘 비춰주는 거울도 없다. 동래온천 농심호텔에 서 있는 노인상과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넓은 부산’의 발전을 옥죄었던 관념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부산은 제2의 도시’라는 어쩌면 족쇄 같은 브랜드다. 저자는 부산이 ‘경제 신화’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만족하거나 혹은 과거에 연연하면 부산은 언제나 2위가 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오늘의 부산을 만든 역사의 열두 가지 힘을 추적하는 저자의 시각이 신선하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