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과학자 15명이 발로 쓴 대자연의 기록
						입력 2013-10-10 17:29   수정 2013-10-10 22:20
					
				과학자의 관찰 노트/에드워드 O. 월슨 외/휴먼사이언스
곤충학자인 마이클 R. 캔필드 미국 하버드대 교수. 그는 대학원생이던 시절, 찰스 다윈이 탐사 기록기 ‘비글호 항해기’에서 보여준 뛰어난 관찰 기록 능력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자신이 탐사 현장에서 갈겨 쓴 기록의 수준은 턱없이 낮아 낙심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개미 채집 탐사를 하러 가기 전 일행 중 한 명인 과학자 로저 키싱의 관찰 노트를 보게 된다. 꼼꼼한 키싱의 노트는 ‘바로 이거다’ 싶을 정도로 캔필드가 목말라하던 부분을 채워주기에 충분했고, 이후 동료 과학자의 관찰 노트를 연구하는 계기가 됐다. 이 책은 그가 동물학자, 생물학자, 생태학자, 곤충학자 등 유명 과학자 15명으로부터 관찰 노트와 자기만의 노하우를 담은 글을 받아 엮었다.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의 의미를 조명한다.
관찰 노트에는 하나같이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있다. ‘마운틴 고릴라’와 ‘대왕 판다’ 등 야생 동물 연구로 유명한 동물학자 조지 셀러. 그가 1982년 5월 31일 중국 쓰촨성의 산림 지대에서 대왕 판다 한 마리가 죽순을 찾아 헤맨 모습을 추적한 기록을 보자. 판다 한 마리가 죽순을 찾아 어떻게 움직이고, 죽순을 먹은 뒤 얼마나 많은 똥을 배설하는지가 적혀있다. 그는 4년간의 이런 연구 끝에 알려지지 않았던 판다의 생활양식을 파악했고, 결과물은 판다와 판다 서식지를 보호해야 하는 근거가 됐다.
그림을 동반한 관찰 노트는 더 흥미롭다. 조너선 킹던은 “관찰 동물의 겉모습을 판단하는 1차 선택 기관은 관찰자의 눈”이라며 드로잉으로 기록하는 동물학자다. ‘아프리카 살쾡이’로도 불리는 ‘카라칼’이 가장자리에 검정털이 붙은 귀, 머리를 살짝 움직임으로써 만드는 여러 신호 등을 관찰한 그의 기록(왼쪽 그림)은 글이나 사진보다 그림이 더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쟁쟁한 과학자들이 관찰하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이야기뿐 아니라 관찰하는 방법, 기록 노하우까지 엿볼 수 있다. 김병순 옮김.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