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아세안 안보대화체, 외교 전략 공간 넓히길

입력 2013-10-10 17:42

4강 중심에서 벗어나 다각화 계기 됐으면

한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의 안보대화체가 내년부터 신설되는 것은 우리 외교의 작은 성과다. 아세안이 개별 국가와 안보대화체를 신설하는 것이 처음이라는 점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과거에 비해 월등하게 올라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북한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를 4강 외교의 틀 안에서 벗어나 아세안과 함께 풀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1967년 창설된 아세안은 초기에는 필리핀 등 5개국이 회원이었으나 95년 베트남에 이어 라오스·미얀마·캄보디아가 가입해 현재 10개국이 됐다. 우리나라와 교역액이 1311억 달러로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첫 번째 투자 대상지이자 두 번째 건설수주 시장으로 우리 경제의 핵심 협력 파트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북한과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베트남 미얀마 등이 포함돼 있어 대북관계 개선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안보대화체 신설로 우리 정부는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및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한 아세안 국가의 보다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또 그동안 경제와 문화 위주의 협력에 치중됐던 한·아세안 관계가 외교나 안보, 군사 분야로 확대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강대국의 외교안보 각축장인 동남아 지역에서 우리의 발언권을 한층 높일 수 있는 호기를 맞았다는 의미다.

물론 동남아 각국의 경제적 여건 등이 일본과 중국의 절대적 영향력에서 금방 벗어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 우리의 입김이 작용하기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2015년 아세안 공동체 출발을 앞두고 미국 중국 일본 등의 틈바구니에서 활로 모색에 고민이 적지 않던 아세안으로서도 우리나라는 협력이 용이한 매력적인 파트너임에 틀림없다. 이런 점에서 내년에 열리는 안보대화체의 첫 회의부터 협력을 공고히 해야 할 것이다.

아세안은 그동안 통합노력을 해온 끝에 이미 공동체의 헌법 구실을 하게 될 아세안 헌장과 유럽연합(EU)식 경제공동체인 아세안경제공동체 설립을 위한 청사진에 서명을 끝냈다. 뿐만 아니라 아세안 지역 외의 강대국을 포괄하는 협의체를 주도하며 국제적 위상과 외교적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기도 하다. 한·아세안 안보대화체의 미래가 중요한 이유다.

최근 북한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미루는가 하면 핵 개발을 재개하고, 중국과의 국경 부근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따라서 남북관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기존의 4강 중심 외교의 틀을 벗어날 수밖에 없다.

문화적으로도 한국과 아세안 국민은 서로 소통하며 호흡을 같이 한 지 오래다. 한류를 통해 더욱 가까워졌으며 우리 사회에 뿌리내려 경제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한·아세안 안보대화체 출범을 계기로 상호 이해의 폭이 더욱 넓어지고 궁극적으로는 아시아는 물론 세계 평화도 진전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