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보선은 지역에 맡기고 국정감사에 전념하라

입력 2013-10-10 17:40

국회의원 재선거와 보궐선거는 특정지역에서 치러지지만 중앙당이 적극 지원에 나서는 게 당연시돼 왔다. 주요 정당이 총력전을 펴기 때문에 정작 출마한 후보는 묻혀버리고 당 대 당 싸움으로 변질되곤 했다. 결과에 따라 패배한 당의 지도부가 교체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재·보선 지역이 많거나 정치적 의미가 큰 지역이 포함돼 있을 경우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오는 30일로 예정된 재·보선은 초미니 선거다. 경기 화성갑과 경북 포항남·울릉 두 곳뿐이다. 두 곳 모두 새누리당 의원 유고지역인 데다 민주당에서 거물 정치인을 공천하지 않아 국민 관심도가 그 어느 때보다 떨어진다. 정치적 의미가 크지도 않다. 그런데도 선거전이 시작되자마자 중앙당이 고공전을 펴기 시작했다. 벌써 과열, 혼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10일 “당 후보를 중심으로 ‘나홀로 선거’ ‘겸손한 선거’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도 “조용한 선거를 치르겠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자기 당 후보가 강세인 점을 감안한 발언으로 들린다. 하지만 전날 화성에서 열린 서청원 후보 사무실 개소식 분위기를 보면 전혀 딴판이다. 무려 2000여명의 축하객이 몰려들었고, 그 중에는 30여명의 국회의원이 포함돼 있었다.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를 비롯한 중앙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서 후보가 당선될 경우 7선으로, 당 대표나 국회의장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눈도장을 찍으러 간 정치인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한마디로 구태다. 중앙당이 조용한 선거를 실천하고, 서 후보도 중앙당 지원을 사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민주당은 재·보선을 정치공세의 기회로 적극 활용할 태세다.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서 후보를 겨냥해 “새누리당이 차떼기의 원조, 원조부패라 불리는 분을 공천했다”며 “지난 10년의 역사를 되돌린 것”이라고 공격했다. 서 후보가 그런 소리를 들을 만한 약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명색이 집권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한 후보에게 제1야당 주요 당직자가 할 소리는 아니다. 민주당의 경우 전국 순회 장외투쟁을 마치고 돌아온 김한길 대표가 재·보선 지역을 방문해 후보를 돕겠다고 약속한 만큼 중앙당 차원의 지원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금은 정기국회 회기 중이다. 특히 14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는 국정감사가 열린다. 나라 살림살이를 구석구석 살펴봐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이런 때 국회의원들이 자리를 비운 채 재·보선 지원을 다니는 것은 직무유기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차제에 재·보선을 해당 후보한테 맡기고 의정활동에 전념하겠다고 대국민 선언이라도 하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