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말기환자 호스피스 대책 아직도 미흡하다

입력 2013-10-10 17:39

한 해 평균 7만5000여명의 암환자들이 세상을 떠난다고 한다. 특히 3∼6개월의 시한부 인생을 사는 말기암 환자들은 극한 통증과 심리적 고독감을 이겨내며 마지막 순간을 맞는다.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인간으로서 존엄한 죽음을 맞을 권리는 있다. 호스피스 제도는 그런 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한국사회는 갈수록 호스피스 진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내에 호스피스 시설은 55곳, 병상은 880개로 태부족이다. 암 사망자 85명당 병상 1개꼴이다. 호스피스 병실 입원이 하늘의 별따기인 데다 어렵사리 들어간다 해도 대기환자가 워낙 많아 3∼4주 만에 밖으로 떼밀릴 정도다. 그러다 보니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대기표를 받고 무작정 기다리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죽음조차 현실로 받아들이기 힘든데 평온한 죽음을 맞을 병실조차 없는 것이다. 이른바 ‘웰 다잉(well-dying)’할 환자 기본권마저 박탈당하고 있다.

그뿐 아니다. 호스피스 완화치료에 특별히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항목이 많다. 간병인 비용을 제외하고 환자 1인당 240만∼1000만원의 환자 본인부담금을 감내해야 한다. 그런데도 수익사업에 주력하는 대형병원들은 호스피스 병동은 돈이 안 된다며 증설을 외면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9일 호스피스 완화의료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호스피스 병상 수를 1378개로 늘리고 건강보험 혜택도 더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경력 3년 이상의 의사 등으로 구성된 가정방문팀이 말기암 환자의 집을 방문해 진료토록 한다는 대책도 포함돼 있다. 아직 미흡하지만 열악한 호스피스 진료체계를 우선 확충하기로 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직도 사회복지 재원 조달을 놓고 논란이 많다. 하지만 복지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학부모도 달가워하지 않는 무상교육을 논하기 앞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건강의료 복지가 더 시급하다. 후진국 수준에 머무는 말기 환자들을 위한 정부의 호스피스 정책은 더 강화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