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감 선거 브로커 지목 장로 “8억 요구한 적 없다”

입력 2013-10-10 16:12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금권선거 논란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강문호 목사가 선거과정 중 장로 브로커로부터 8억원을 요구받았다고 폭로한데 이어 브로커로 지목된 장로가 이를 정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충청연회의 전윤 원로장로는 지난 8일 기감 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선거 전략을 자문해준 사실을 강 목사가 호도하고 있다”며 강 목사에 대해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장로는 감독회장 선거 1년 전인 2011년 9월 27일 강 목사를 만나 “8억원 정도 가지면 당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몇 가지를 메모해 참고하라고 드렸다”며 8억원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 장로는 돈을 요구하기는커녕 오히려 ‘돈 관리’는 강 목사가 직접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강 목사와 나눈 대화 녹취록을 증거로 제시했다. 스마트폰을 새로 구입해 녹음기능을 시험해 보는 중 우연히 대화가 녹음됐다고 설명했다.

녹취록에는 전 장로가 “어쨌든 그 돈은 강문호 목사님이 직접 관리를 해야 돼요. 직접 관리하면서 이제 회계하는 사람 하나, 진짜 믿는 이제 교회 장로로 하든지 누구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한 부분이 나와 있다.

전 장로는 “감독회장 출마 경험이 없으니 조언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강 목사와 만났다”며 “전국 유권자 5102명 중 60%인 3400명 정도의 지지를 받아야 된다는 판단해 식대와 여비, 활동비로 6억8000만원을 계산하고 예비비로 1억2000만원을 준비하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총 8억원 정도 가지면 당선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설명했다.

전 장로는 “강 목사에게 단 돈 1원도 요구한 사실이 없었다”며 “8억원 요구서가 아니라 선거전략을 자문해준 ‘메모’일 뿐인데 총회특별재판위원회에서 증거 운운하며 위증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 목사는 자기를 도와주려고 찾아 왔던 장로를 인터넷에 올려 선거 브로커라고 매도했다”며 “감리회를 송두리 채 흔드는 용서받지 못할 행위”라고 비난했다.

전 장로는 “강 목사가 ‘8억의 진실’이라는 폭로문에서 ‘내가 끌려다니며 밥만 샀는데도 5억이 들어간 이유를 알 것’이라고 말했는데 (전국 유권자)5000명을 만나 2만원짜리 밥을 사도 1억밖에 들지 않는다”며 “나머지 4억은 밥만 산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돈을 돌렸다는 얘기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라면서 강 목사가 금권선거의 주범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한편 전 장로는 선거자금 관리에 대한 조언만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금품을 동원한 불법 선거운동을 제안한 것은 사실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녹취록에는 전 장로가 노골적으로 선거운동 때 여비를 주고 식사대접을 해야 한다는 내용도 나온다.

“돈을 쓰는 게 돈 쓴다고 쓰시지 말고, 여비를 준다고 생각해야 돼요. 그래 저는 여비 이상은 주지마라 그 얘기에요. 사람을 하나 불렀습니다. 20킬로 30킬로 불렀어. 다 차타고 옵니다. 밥만 먹으면 누가 옵니까. 이게 상식이라니까요. 난 그 상식을 얘기하는 거에요. 자 밥만 먹으러 올 수 없지 않습니까. 근데 밥도 요즘은 이제 또 선거하는 밥이라 만원짜리 줄 수도 없어요.”(녹취록, 전 장로 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