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노벨화학상 3명 공동수상… ‘복잡한 화학반응’ 컴퓨터로 분석
입력 2013-10-09 23:32 수정 2013-10-10 00:34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9일 마틴 카플러스(83), 마이클 레빗(66), 아리에 워셸(73)을 올 노벨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세 과학자는 복잡한 화학반응을 컴퓨터로 이해하고 예측하는 일종의 ‘사이버스페이스 실험’을 고안해 촉매나 신약, 태양전지 개발 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미국과 오스트리아 국적을 갖고 있는 카플러스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와 미 하버드대 화학과 교수로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레빗은 미국 및 영국 국적으로 미 스탠퍼드대 의대에 재직 중이며 미국 및 이스라엘 국적의 워셸은 미 서든캘리포니아대(USC) 로스앤젤레스 분교에 적을 두고 있다.
왕립과학원은 “이전까지 플라스틱 공과 막대를 갖고 화학 분자 모델을 분석했으나 이들이 1970년대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한 덕에 현재는 컴퓨터로 화학작용을 예측하고 이해하게 됐다”며 수상 배경을 설명했다.
화학반응은 분자 단위에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일어난다. 카플러스는 단백질 같은 생명 분자의 빠르고 복잡한 화학반응과 분자 조합을 계산하고 예측하기 위해 컴퓨터 기반의 다층적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참(CHARMM)’을 개발하고 레빗과 워셸은 이 프로그램의 다양한 응용 분야를 개척했다. 현재 전 세계 화학자들은 ‘참’을 사용해 식물의 광합성 작용이나 촉매를 이용한 배기가스 정화 같은 복잡한 화학공정을 파악하고 있다.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교수는 “논문에 자주 묘사되는 리본이 꼬인 듯한 단백질 구조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파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약물이 단백질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효소에서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지 등을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나아가 신약 개발에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서울대 화학과 이상엽 교수가 카플러스의 직계 제자로 80년대 초반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양대 화학과 원영도 교수가 ‘참’ 프로그램 개발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수상자들은 상금 800만 크로네(약 14억3000만원)를 똑같이 나눠 갖는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