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집행’ 달라도 너무 다른 韓·美] ‘휘둘리는’ 韓

입력 2013-10-09 22:21 수정 2013-10-10 00:42


한국 경제는 선진국과 어깨를 견줄 만큼 성장했지만 엄정한 법 집행과 공권력 확립 측면에선 아직 한참 뒤져 있다. 미국 현역 의원이 시위 중 폴리스 라인을 넘었다고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은 우리에겐 낯설기만 하다. 법을 어긴 국회의원이 되레 경찰을 폭행하는 등 국내 시위 현장에서는 여전히 ‘매 맞는’ 경찰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2008년 6월 서울 광화문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벌이다 전투경찰과 현장 지휘관 등 3명을 잇따라 폭행했다.

경찰이 불법 시위 참가자들을 검거하려 하자 주먹을 휘둘렀다. 안 의원은 대법원까지 간 재판 과정에서 “경찰관들에게 둘러싸여 폭행당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고 30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지난 7월 20일 오후 7시. 서울 등지에서 간 희망버스 참가자 2000여명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진입을 시도했다. 길이 2∼3m 죽봉과 쇠파이프를 휘둘렀고 경찰 11명이 다쳤다. 경찰은 오히려 “늦게 대응했다”며 비난을 받았다.

같은 달 25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한 변호사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집회에 참석해 폴리스 라인에 서 있던 경찰관을 밀어 화단으로 넘어뜨려 다치게 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민주화 과정에서 권력의 편에 서야 했던 한국 경찰은 수난의 역사를 갖고 있다. 1970∼80년대 빈번했던 민주화 시위는 번번이 경찰과 시위대의 ‘전투’로 변질됐고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했던 ‘과거’가 아직도 엄정한 법 집행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경찰청의 경찰백서에 따르면 불법 시위는 2010년 33건, 2011년 45건, 지난해 51건을 기록해 최근 3년간에도 꾸준히 증가했다. 경찰 부상자도 2010년 18명, 2011년 179명, 지난해 57명 등으로 3년간 모두 254명이 발생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집회·시위의 자유도 폭력 행위까지 용인하는 건 아니다”며 “공권력의 권위를 존중하는 사회 여론이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