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집행’ 달라도 너무 다른 韓·美] ‘가차없는’ 美
입력 2013-10-09 22:20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시위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면 예외 없이 처벌받는다.
미국 하원의원들이 8일(현지시간) 이민개혁법 개정 촉구 시위에 참가해 도로점거 농성을 벌이다 무더기로 수갑을 찬 채 경찰에 연행됐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워싱턴 의사당 앞에서 라틴계 이민자들이 주최한 ‘카미노 아메리카노 랠리(Camino Americano Rally)’에 8명의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이 참가했다. 미 전역에서 모여든 수천명의 시위대는 공화당 주도의 연방하원이 이민개혁법 승인을 미루고 있는 것을 규탄하면서 금년 내 법안 처리가 완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의사당 잔디밭과 경계선인 도로 중간에서 차량 통행을 막은 채 침묵 시위를 하던 의원들을 돌아서게 한 뒤 수갑을 채웠다. 체포된 의원은 찰스 랭글(뉴욕), 루이스 구티에레즈(일리노이), 잰 샤코우스키(일리노이), 존 루이스(조지아), 조 크라울리(뉴욕), 라울 그리잘바(애리조나), 앨 그린(텍사스), 키스 엘리슨(미네소타)이다. 랭글 의원은 한국전 참전용사로 미 의회 내 대표적인 친한파 인사이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다. 그는 체포되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이기도 했다. 구티에레즈 의원은 전에도 이민개혁법 승인을 요구하며 백악관 앞에서 연좌시위를 하다 여러 차례 체포된 전력이 있다. 경찰은 의원들과 연행된 시위대에게 집회장소 이탈과 교통방해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1년 4월 워싱턴포스트 1면에는 워싱턴DC의 빈센트 그레이 시장이 수갑을 찬 채 체포되는 사진이 실렸다. 그는 상원 건물 앞에서 연방정부 예산안 협상에서 낙태지원금이 폐지된 데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크웸 브라운 워싱턴 시의회 의장 등과 함께 불법집회와 통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2009년 4월에는 이번에 체포된 루이스 의원과 인권운동가들이 워싱턴 주재 수단 대사관 앞에서 수단 정부의 인권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체포되기도 했다.
불법 시위를 벌이다 체포되더라도 의원들이 항의하는 일은 거의 없다. 법을 어기면 누구라도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