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영변원자로 재가동 속내는… 병진노선 수행·핵능력 고조 국내외 ‘다목적 카드’

입력 2013-10-09 18:20 수정 2013-10-09 22:42

북한이 6자회담 합의에 따라 폐쇄했던 영변 5㎿급 원자로를 지난 8월부터 재가동에 들어간 것은 북한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북한은 올해 초 대남 무력도발 위협을 계속하다 지난 5월을 기점으로 대화 공세로 돌아선 상태다.

특히 북한은 미국에 대해 조건 없는 대화를 계속 촉구하면서도 미국이 요구하는 선(先) 비핵화 조치와는 동떨어진 영변 원자로 재가동에 들어감으로써 대내외적인 다목적 카드로 핵 문제를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북한 내부적으로는 노동당이 지난 3월 열린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경제 및 핵무력 건설의 이른바 ‘병진노선’을 채택한 만큼 이를 이행하는 수순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핵 강성국가 이미지를 확고하게 강조하면서 대외 관계에서 동등한 위치에 나설 수 있음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이를 활용한다는 의미다.

대외적으로는 핵 능력을 고조시키고 협상력 또한 최대화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원자로를 재가동하면 폐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 영변 원자로에선 연간 핵무기 1기 분량에 해당하는 플루토늄 6㎏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원자로 재가동을 통해 핵무기 생산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향후 6자회담 당사국 간 대화 재개 시 이를 적극적인 협상카드로 사용하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은 자신들의 핵 능력이 계속 커지고 있음을 미국에게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미국과 직접 대화를 하자는 뜻도 담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의 핵협상을 총괄하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등 북한 외무성 고위관계자들은 최근 중국 베이징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회의, 세미나에 잇달아 참석해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9일 담화를 통해서도 “미국은 전제조건 없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자는 우리의 정당한 요구는 한사코 거부하고 군사적 도발만을 일삼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의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원하는 북·미 고위급 협의나 6자회담이 조기에 재개되기는 어렵다. 중국의 적극적인 중재에도 한·미 양국의 입장은 변함이 없는데다 영변 원자로가 실제 재가동됐다면 이는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유엔 안보리 결의 1718·1874호는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원자로를 재가동했다면 이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는 대화가 아닌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