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세일즈외교 넘어 ‘자원외교’ 시동
입력 2013-10-09 18:17 수정 2013-10-09 22:31
지난달 베트남 방문을 통해 본격적인 ‘세일즈 외교’ 행보를 선보인 박근혜 대통령이 9일 동남아 자원 부국인 브루나이(석유)와 미얀마(광물)를 공략하며 ‘자원외교’ 깃발도 들었다.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브루나이를 방문 중인 박 대통령은 두 국가 정상뿐 아니라 싱가포르·호주 정상과 잇달아 양자회담을 가졌다.
◇‘박근혜식 코리아 세일즈’ 본격화=박 대통령의 순방외교 원칙은 상호 호혜에 따른 코리아 세일즈다. 쉽게 말해 한국 기업의 진출이 순방 대상국에 사회적·경제적·문화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 상품만 파는 것보다 ‘코리아’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게 진정한 세일즈 외교라는 철학이다.
이번에도 박 대통령은 특유의 외교 원칙을 이어나갔다. 경제·통상 협력에 주력하면서도 ‘무조건 세일즈’보다 상대국의 관심사를 먼저 챙겼다.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의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브루나이산 석유 수입 문제보다 공산품 및 소비재 완전 수입국인 브루나이의 산업발전 문제를 먼저 언급했다. 동남아 최대 광물자원국인 미얀마 셰인 테인 대통령을 만나서도 마찬가지 접근법을 사용했다. 지금 당장 자원 수입처를 확보하기보다 개발 참여를 통한 장기적인 자원외교 비전을 보인 셈이다.
아세안 역내 10개 동남아 국가는 우리나라와의 교역액이 1311억 달러(흑자액 272억 달러)로 두 번째로 큰 교역시장이다. 또 첫 번째 투자 대상지(투자액 43억 달러)이자 두 번째 건설수주 시장(수주액 110억 달러)으로 우리 경제의 핵심 협력 파트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정치와 안보 협력 강화, 경제협력을 통한 공동번영 달성, 사회·문화적 협력 강화 등 한·아세안 협력의 3대 축을 강조했다고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가 전했다.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문제를 논의했고,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와는 광물자원 개발 분야 협력과 FTA 타결 방안을 깊이 의논했다.
◇아세안을 한국의 ‘전략 공간’으로=이번 일정의 또 다른 목표는 우리나라의 외교적 전략 공간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인 아세안을 상대로 ‘안보대화’를 제의해 동의를 이끌어냄으로써 이르면 내년 초 한·아세안 차관급 안보대화가 열릴 전망이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및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서울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도 얻어 아세안 의장성명에 지지 사실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반다르스리브가완(브루나이)=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