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남다른 착한 출발 ‘에코 웨딩’ 어때요
입력 2013-10-10 05:28
친환경 드레스와 콩기름 청첩장, 재활용 부케
환경오염을 막고 저렴한 비용으로 결혼식을 치르는 에코웨딩(eco-wedding)이 늘고 있다.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소재의 드레스를 입고 청첩장과 부케, 피로연 음식까지 환경보호에 초점을 맞추는 에코웨딩은 지난달 가수 이효리·이상순씨 결혼식에 선보이면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달 말 결혼을 앞둔 직장인 김지영(28·여)씨는 친환경 드레스와 자연 그대로의 소품을 활용한 에코웨딩을 준비 중이다. 김씨는 화려한 레이스 장식의 백색 드레스 대신 표백 처리를 하지 않은 친환경 드레스를 골랐다. 이 드레스는 합성섬유가 아닌 옥수수 전분이나 한지, 쐐기풀 등 자연에서 뽑아낸 섬유로 만들었다. 땅에 묻으면 쉽게 분해돼 환경오염의 소지가 적다.
가격은 일반 웨딩드레스와 비슷하거나 다소 저렴하다. 석유에서 뽑아 낸 기존의 합성섬유 드레스는 소재가 얇아 통상 두세 번 대여 후 폐기된다. 반면 에코 드레스는 돌잔치나 가족 행사용 의상으로 재활용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최근 모바일 청첩장이 금융사기에 악용되면서 김씨는 청첩장도 재생종이로 만든 것을 택했다. 콩기름을 사용해 글씨를 인쇄했고 종이를 표백하거나 코팅하지도 않았다. 배우 유지태·김효진씨 부부가 결혼식에서 사용한 것과 비슷한 종류다. 김씨는 9일 “아토피가 심해 자연스럽게 친환경 제품에 관심이 많았다”라며 “결혼식도 친환경적으로 하면 평생 기억에 남고 하객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 에코웨딩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결혼식부터 피로연 음식까지 친환경 프로그램으로 기획해주는 에코웨딩 대행업체도 등장했다. 사회적기업 ‘대지를 위한 바느질’에는 한 달 평균 50쌍 정도 예비부부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에코웨딩의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결혼식 곳곳에 아이디어를 보태면 특별하지 않아도 환경을 생각하는 소박한 결혼식이 된다. 결혼식의 필수 요소인 꽃 장식도 에코웨딩에선 ‘화분 장식’으로 대체된다. 결혼식이 끝난 뒤에는 화분을 하객들에게 선물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뿌리째 장식된 생화 부케는 예식 후 화분에 옮겨 담아 키울 수 있다.
많은 양을 미리 만드는 바람에 음식물 쓰레기를 양산하는 대형 피로연 대신 소량의 음식을 유기농 재료로 준비하는 ‘에코 케이터링’도 필수 품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예식장 앞에 잠시 서 있다가 버려지곤 하던 축하 화환 역시 불우이웃에게 기부할 수 있는 ‘쌀 화환’으로 대체된다. 기존에 쓰던 커플링을 재활용해 예물 반지로 만들기도 한다. 값비싼 예물 반지 구입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 보석 생산을 위한 광산 채굴 수요도 그만큼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에코 예물’로 불린다.
대지를 위한 바느질 관계자는 “다른 사람의 결혼식에 갔다가 에코웨딩을 접하곤 자기 결혼식에도 적용하고 싶다고 문의해 오는 사람이 많다”며 “예전에는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었다면 최근에는 자기만의 결혼식을 준비하려는 예비부부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