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결국 ‘애플 편들기’ 특허소송에 악영향 우려

입력 2013-10-09 18:07 수정 2013-10-09 22:14

오바마, 삼성 구형 스마트폰 수입금지 수용

삼성전자가 결국 미국의 보호무역 장벽에 가로막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삼성전자의 구형 스마트폰 제품 수입금지 조치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자국 기업인 애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수입금지 대상이 된 제품은 구형 모델이다. 당장 삼성전자의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하지만 미 정부가 노골적으로 자국 기업 감싸기에 나섰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 때문에 애플과 삼성의 특허 소송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 8월 결정한 삼성전자 구형 스마트폰 제품 수입금지 조치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ITC가 특허 침해를 이유로 애플과 삼성전자 제품 모두에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미 정부는 애플 제품에 대해서만 수입금지 거부권을 행사했다. 애플이 침해한 삼성전자의 특허는 표준특허라 누구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프랜드(FRAND)’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삼성전자가 침해한 특허는 애플의 독창적인 상용특허이기 때문에 철저히 보호하는 차원에서 수입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최종 결정으로 갤럭시S, 갤럭시S2, 갤럭시 넥서스, 갤럭시탭 등 구형 스마트폰 제품은 미국으로 수출이 금지됐다. 이들 제품은 대부분 출시된 지 3년 이상 됐고 현재 미국 시장에서 거의 유통되지 않는다.

문제는 수입금지가 아니다. 이번에 입증됐듯 미 정부는 보호무역주의로 한발 더 다가섰다. 특허 침해 소송 항소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삼성전자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미 정부의 ‘애플 편들기’가 한·미 양국의 무역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삼성과 애플이 휴대용 통신기기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경쟁하는 상황에서 상호 간 특허 침해 문제에 대해 미국 정부가 서로 다른 결정을 내려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시장 경쟁과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조치”라고 비판하며 ITC 측에 항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내에서도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위크는 “백악관은 이번 결정으로 애플에 줬던 혜택을 삼성에는 주지 못한 셈이 됐다”면서 “한국은 이를 미국 정부가 편들기한다는 또 다른 증거로 인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