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애플 특허전쟁 장외대결… 美의회 로비전 가열
입력 2013-10-09 17:59
전 세계 법정에서 이뤄지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쟁이 장외에서는 미국 정치권에 대한 로비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2분기(4∼6월) 삼성전자가 지출한 대미(對美)로비 금액은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의 대미로비 금액은 특허권 분쟁이 거세질수록 점점 증가, 곧 애플을 따라잡을 기세다.
9일 로비 데이터베이스 미 상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85만 달러(약 9억1000만원)를 미 의회 등 워싱턴 정가의 후원금으로 건넸다. 삼성전자 본사가 64만 달러를 썼고, 2008년 이후 로비가 전무하던 삼성전자아메리카(삼성전자의 미국 현지법인)가 갑자기 21만 달러를 지출했다. 85만 달러는 미 상원이 삼성전자의 대미로비 내역을 공개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최고 수준의 금액이다.
삼성전자의 대미로비 금액은 애플과의 특허권 분쟁이 잦아지면서 크게 뛰어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 정치권 로비 금액으로 지난해 상반기 단 1만 달러만 썼지만 3분기부터는 수십만 달러씩 지출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상반기에 쓴 로비 금액만 지난해 전체의 2배 수준이다.
특허전쟁에 로비를 강화한 것은 애플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원래 분기마다 60만 달러 안팎을 정치권에 건넸다. 하지만 올 들어 1분기에 90만 달러, 2분기에 87만 달러를 썼다.
삼성전자는 거액의 후원금을 보내면서 애플과의 특허전쟁에서 유리한 환경을 만들려 애쓰고 있다. 미 상원에 제출하는 로비 내역서에는 로비의 목적을 비교적 선명하게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2분기에 밝힌 로비의 쟁점은 ‘지식재산 침해(IP infringement)’였다. 삼성전자아메리카는 이 칸에 ‘특허소송 개혁(Patent litigation reform)’이라고 적어 넣었다.
삼성전자의 대미로비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삼성전자 제품 수입금지 조치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성명을 내고 “항고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