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워진 국세청 칼날… 상장사 세금 추징액 작년 21배
입력 2013-10-09 17:56
태양광 제품 제조사인 OCI는 지난 8월 30일 국세청으로부터 3084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고 공시했다. 추징금 부과 이유는 OCI가 인천 공장 부지 개발을 위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유예받은 게 적절치 않았다는 것. OCI는 조세불복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받은 타격은 컸다. 세무조사 기간 OCI 주가는 주당 15만원대에서 13만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OCI처럼 세금추징 공시를 내는 상장사들이 올 들어 크게 늘고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내세운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이뤄진 결과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9일 올 들어 세무조사에 따른 세금추징 공시는 유가증권시장에서 OCI 등 7건, 코스닥시장에서는 오스템 등 10건으로 모두 17건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세금추징 공시가 총 11건(유가증권시장 3건, 코스닥시장 8건)인 데 비해 대폭 늘어난 수치다.
특히 추징금액은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5641억원으로 집계돼 지난해(269억원)의 21배나 됐다. 이는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이 도입된 2005년 1월부터 집계된 전체 세금추징액 1조5509억원의 42%에 달하는 액수다.
현행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에 따르면 자기자본의 5%(대규모 법인의 경우 2.5∼3%)를 넘는 금액을 추징당할 경우에만 공시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공시하지 않은 기업까지 감안하면 세무조사에 따른 기업들의 추징액수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새 정부 출범 후 효성에 이어 롯데쇼핑, CJ그룹, 대우건설, 포스코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어 앞으로 추징액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올해 상장사의 세금추징이 급증한 데 대해 “지하경제 양성화를 재원조달의 주요 방안으로 설정한 이후 한층 강화된 세무조사 강도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이 기획재정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무조사를 받은 의사 등 전문직은 230명이며 이들은 총 982억원을 추징당했다. 반면 전문직을 제외한 개인사업자 4333명이 추징당한 세액은 7589억원이었다. 전문직의 평균 추징액은 4억2700만원으로 개인사업자 평균 추징액 1억7500만원의 2.44배에 달했다.
이는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 적출률이 44%대를 기록하는 등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적출률은 세무조사를 통해 적발한 탈루액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만큼 이 수치를 그대로 적용하면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실제 소득 가운데 44%가량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