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물리학상 발표 1시간 늦어진 이유는?

입력 2013-10-09 18:00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발표가 예정보다 1시간 늦춰지면서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당초 물리학상 수상자를 8일 오전 11시45분(한국시간 오후 6시45분)에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힉스 입자의 존재를 예견한 공로를 인정해 피터 힉스(84) 에든버러대 명예교수와 프랑수아 앙글레르(80) 브뤼셀 자유대 명예교수를 수상자로 발표한 시간은 낮 12시45분이었다. 노벨상은 보통 공지된 시각에 정확히 발표한다. 2008년 물리학상이 30분, 1990년 화학상이 1시간가량 지연 발표된 경우를 제외하면 이 원칙은 항상 지켜졌다.

노벨위원회는 발표 지연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수상자 선정에 참여한 위원들은 50년간 오직 수상자에 대해서만 얘기하게 돼 있는 노벨상 규정 때문이다.

다만 스테판 노마크 스웨덴 왕립과학원 사무총장이 AP통신에 밝힌 내용을 통해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노마크 사무총장은 9일 AP통신에 “노벨위원회가 물리학상 수상자 발표 예정시간 2시간15분 전인 오전 9시30분에 회의를 시작했지만 예상외로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할 말이 많은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선정 과정에 다소 논란이 있었다는 얘기다.

이번에 수상자를 정하기가 왜 힘들었을까. 노벨상 수상자가 3명을 넘을 수 없다는 규정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힉스 교수와 앙글레르 교수는 이미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힉스 입자의 존재를 입증한 유럽 원자핵 공동연구소(CERN)나 소속 과학자들도 수상자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문제는 실험에 참여한 과학자들이 수천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물론 노벨위원회가 단체를 수상자로 선정할 수 있지만 과학 분야에서 단체 수상 사례는 없었다. CERN이나 CERN의 과학자 가운데 한 명을 수상자에 포함하는 문제를 놓고 논의가 길어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노마크 사무총장은 또 수상자 발표 전 힉스 교수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그것 때문에 수상자 발표가 지연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