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는 “정보 정치” 공세… 與도 “정국 개입” 불만
입력 2013-10-10 05:38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의 ‘정보 정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 원장의 지난 8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보고와 관련해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소리 없이 일해야 할 국정원이 정보를 대량 방출해 정국에 자꾸 개입하려고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생모와 부인 등 가족 문제까지 거론하면서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했다는 목소리도 높다. 기초연금 논란으로 인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하락,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에 대한 국정원 개입설 등 불리한 이슈들을 안보 문제로 덮으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보위 여야 간사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총공격’ 발언을 김 제1위원장의 발언으로 잘못 전달해 국민들을 한때 혼란에 빠뜨린 것도 무책임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9일 남 원장의 보고가 10·30 재·보궐선거를 의식한 국내 정치용이자 국면 전환용이라며 공세에 나섰다. 청와대 연계설까지 들고 나오며 쟁점화를 시도했다.
김정현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남 원장이 이례적으로 북한 문제에 대해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브리핑한 것은 국정원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국내 정치용”이라며 “평소에는 언급을 꺼리다가 재·보선을 앞둔 미묘한 시기에 대북 정보를 쏟아내는 남 원장의 모습은 너무 정치적”이라고 주장했다.
정보위 소속 김현 의원은 “박 대통령이 해외 방문 중인 상황에서 국정원장이 소관 부처마저 부인하는 안보 문제를 흘려 국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면서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해 색깔론으로 정국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가 국정원 개혁 압력을 줄이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라는 관측도 있다. 신경민 의원은 “국정원의 의도는 뻔하다”면서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강화해야 하며 해외정보만 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를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길 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원이) 수사권을 오히려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국민과 야당의 요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면서 “이게 바로 셀프개혁의 한계”라고 평했다.
민주당 주장에 대해 새누리당 정보위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국정원의 보고 내용에 생각보다 북측의 변화가 많았기에 여야 간사가 같이 브리핑한 것인데 무슨 국내 정치용이냐”고 반박했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남 원장에 대한 불만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비판하는 의원들마다 익명을 요구해 남 원장의 정보 정치에 대한 두려움이 넓게 퍼져 있음을 시사했다.
한 중진 의원은 “국정원이 정보로 그냥 갖고 있어도 될 사안들을 무리하게 외부로 알려 정치의 중심에 서는 추세가 계속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가족 부분을 실명으로 공개한 것은 북한을 자극해 안보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남 원장 개인 스타일에 대한 비판도 흘러 나왔다. 한 의원은 “남 원장은 강직하지만 고집도 세 박 대통령의 말 외에는 어떤 조언도 듣지 않을 것”이라며 “한두 번이 아니고 계속 이런 상황이 반복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국정원의 위상 강화를 위해 남 원장이 의도적으로 오버 플레이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영남권 한 의원은 “국정원 개혁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고 예산 삭감 논의도 진행 중이라 국정원이 지금 예민한 상태”라면서 “국정원의 존재 목적을 부각시키기 위해 민감한 정보를 흘리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아진 유동근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