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인재양육… 에티오피아의 ‘코리안 천사’들
입력 2013-10-09 17:43
지난달 29일 오전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명성기독병원(MCM)의 게스트하우스.
칠순을 넘긴 동갑내기 목사는 서로 두 팔을 벌려 부둥켜안았다. WCC ‘빛의 순례’ 일정으로 현지를 방문한 손인웅(72·덕수교회 원로) 목사와 MCM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이종형(72) 목사였다. 1941년 7월 7일. 생년월일은 물론이고 출신학교(경북대 사범대)와 한때 일하던 사역지(덕수교회)까지 똑같아 누구보다도 각별한 사이였다. 인생 1막을 끝내고 또 다시 시작된 동갑내기 목사의 2막 인생은 특별했다. 손 목사는 한국교회의 일치·연합을 위해, 이 목사는 아프리카 땅에서 ‘믿음’의 의학도를 길러내는데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이 목사는 사범대를 졸업한 뒤 고등학교에서 줄곧 영어를 가르치다 신학을 공부했다. 목회자가 된 뒤 미국으로 가 20년 넘게 이민목회와 신학대 교수를 했다. 2년 전 현직에서 물러난 그는 지난해 6월 MCM 의과대학 개교를 앞두고 아내(백남선 선교사)와 함께 아디스아바바에 새 둥지를 틀었다. 무엇이 그를 이곳으로 이끌었을까.
“주님께서 필요로 하신 곳으로 저희를 인도해주신다는 확신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왔습니다. 온 세계가 하나님의 창조세계이니 아프리카도 낯설지 않습니다. 하하하.” 이 목사는 MCM에서 원목 겸 교수로서 예배와 심방·상담을 하는 한편 의료윤리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아디스아바바에서 만난 문형주(34·YDBB처치)씨는 또 다른 믿음의 전령사다.
그는 MCM부원장인 아버지(문홍량 장로)를 1년만 돕기로 하고 들어왔다가 8년째 머물고 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림스크 코르사코프대 음대(지휘 전공)를 다니다 휴학 중인 문씨는 현재 ‘에피합창단’ 지휘자로 봉사하고 있다. 이 합창단은 고아와 조손가정 자녀, 6·25한국전쟁 참전 용사 손녀·손자 등 8∼16세 사이의 에티오피아 어린이 80여명으로 꾸려져 있다. 합창단은 에티오피아 아이들에게 음악을 통해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창단 초기만해도 제대로 운영이 될지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에티오피아 현지음계는 도레미솔라 5계음뿐입니다. ‘파’와 ‘시’가 없어요. 하지만 6개월만에 7음계(도레미파솔라시)를 가르치고 에델바이스 곡을 멋지게 소화했지요.”
문씨의 헌신으로 에티합창단은 현재 소프라노와 알토를 5성부까지 나눠서 부를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다. 밀양아리랑과 애국가 등 우리 노래를 포함해 현지 노래와 서양 가곡 등 40여곡을 소화할 정도다. 문씨는 “어린이들에게 음악은 비전을 품을 수 있는 하나의 도구”라며 “이들이 음악을 통해 성취감을 맛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디스아바바=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