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허침해 제품에 이중 잣대 들이댄 美 행정부
입력 2013-10-09 17:39
급기야 우려하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미국 행정부가 특허침해 혐의를 받고 있는 제품의 수입·판매와 관련해 이중 잣대를 들고 나왔다. 삼성전자 특허를 침해한 애플 제품의 미국 내 수입·판매는 허용한 반면 애플 특허를 침해한 삼성전자 제품에 대해서는 수입·판매 금지 조치를 수용한 것이다. 미국이 자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각국의 비판을 받고 있는 보호무역주의를 보란 듯이 앞세운 결정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삼성전자 구형 스마트폰 제품의 미국 내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을 대리해 발표한 성명에서 마이클 프로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소비자 부문과 공정경쟁 정책에 미칠 영향, 각 기관의 조언, 이해 당사자의 주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수입 금지 조처가 그대로 진행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간의 진행과정을 보면 미 행정부 결정이 얼마나 형평성을 잃었고, 자유무역의 근간을 해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애플 제품에 대해 미국 내 수입·판매 금지 결정을 내리자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8월 거부권을 행사하며 애플 손을 들어줬다. 미국이 26년 만에 보호무역 카드를 꺼낸 것이다. 미국이 불공정 보호무역국임을 자임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슷한 사례임이 분명한데도 ITC의 수입·판매 금지 조치에 대해 거부권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 결정에 따라 삼성전자는 미국 시장에서 갤럭시S, 갤럭시S2, 갤럭시 넥서스, 갤럭시탭 등을 팔 수 없게 된다.
삼성전자는 “우리 제품에 대한 ITC의 수입 금지 조치가 받아들여진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항고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연한 반응이고 적절한 대응 자세다. 삼성전자는 항고를 통해 미국 기업과 한국 기업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린 미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이 얼마나 부당한지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 보호무역주의가 독버섯처럼 다른 나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다. 자국 기업의 지적재산권은 감싸고 다른 나라 기업의 지적재산권은 보호하지 않는 결과가 미국에도 이로울 것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깨닫게 해야 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우리 기업들은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크게 늘리고, 남이 넘볼 수 없는 특허기술을 획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미국이 시대에 뒤떨어진 보호무역주의를 적용하지 못하도록 기술 혁신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첨단 기술 개발만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산업계가 가야 할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