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구잡이식 국감 증인 출석 요구 자제해야

입력 2013-10-09 17:36

14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각 상임위원회가 경쟁하듯 재벌 총수와 경제단체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있다. 예산을 오·남용하거나 멋대로 권한을 행사하는 행정부를 규탄하고 바로잡는 일이 헌법에 규정된 국정감사의 본 뜻임을 감안하면 민간인 신분의 기업인을 불러내는 우리 국회의 이런 모습은 예외적 현상이다. 어디까지나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행정 각부의 지난 1년간의 성과와 부실을 지적하며 책임을 따지는 자리라는 말이다.

국회 증인으로 호출당한 인사 대부분이 경제계에 집중됐다는 점도 국민들은 의아하게 생각한다. 기업인을 증언대에 세워놓고는 답변은 들을 생각도 없다는 듯 일방적으로 호통치고 윽박지르는 모습은 이제 제발 사라졌으면 한다. 입찰담합이나 불공정거래 등 부정과 비리에 관련돼 국민적 관심이 된 인사야 모르겠지만 단순한 망신 주기 차원에서 부른 증인이 너무 많다. 바쁜 재벌총수를 불러놓고는 한 차례 질문도 하지 않고 되돌려 보내는 경우도 흔했다.

해마다 국정감사 때가 되면 재벌총수를 증인으로 소환하는 것이 일상사가 되다보니 대기업에서는 아예 국회담당 임원을 별도로 배치해 의원들의 출판기념회에 봉투를 내미는 일까지 당연하게 여길 정도다. 이 비용은 기업의 부담이라 결국 국민에게 되돌아올 수밖에 없는데도 국회 스스로 시대에 뒤떨어진 관행을 고집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더욱 큰 문제는 기업인의 증인 신청을 둘러싸고 여야간은 물론 기업체와의 담합이 성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는 점이다. 가령 을(乙)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천명해온 민주당의 경우 인터넷 생태계의 황제로 군림하고 있는 네이버 대표의 증인 신청을 끝까지 반대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증인으로 채택된 회사 대표 대신 다른 임원이 출석할 수 있도록 정치권에 부탁하고 있다고 한다.

국정감사를 한시적으로 하는 것도 우리 정치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현상이다. 모름지기 국회는 상시적으로 행정부를 감시, 감독하며 공무원들의 전횡과 독주를 막아야 할 책무가 있다. 여야가 지혜를 모아 개선책을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