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같은 신인’ ‘연기 천재’ 감독들 극찬… ‘화이’ 주연 여진구 “제 연기의 20%는 아쉬워”
입력 2013-10-09 17:12
선배와 후배 연기자의 앙상블이 빛나는 영화 두 편이 관객을 찾아간다. 바로 손예진(31) 김갑수(56)가 주연을 맡은 ‘공범’과 아역 배우 여진구(16) 김윤석(45) 조진웅(37) 등이 호흡을 맞춘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약칭 ‘화이’)다. 9일 개봉한 ‘화이’에 이어 24일부터는 ‘공범’이 상영된다. 지난 7일과 8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손예진과 여진구를 차례로 인터뷰했다.
지난 7일 ‘화이’ 시사회에 가기 전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검색창에 ‘여진구’를 입력해봤다. 맨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화이’를 미리 본 영화감독들의 발언이었다.
“명배우들의 향연 속 틈새를 뚫고 나온 여진구 때문에 놀랐다”(봉준호) “영화계에 정말 괴물 같은 신인이 탄생했다”(류승완) “연기 천재 여진구의 성장을 지켜보는 게 정말 기분 좋다”(강형철)….
과연 그의 연기가 어느 정도이기에 이러한 찬사가 쏟아진 걸까. 실제로 시사회를 통해 만나 본 ‘화이’는 이런 칭찬들이 단순한 덕담 수준이 아니란 걸 보여줬다. 여진구는 소년에서 괴물로 변해가는 화이 역을 강렬하게 그려냈다. 베테랑 배우들에 주눅 들지 않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여진구는 자신을 향한 호평에 쑥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극장에서 이 영화를 관객들과 함께 본다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평가를 많이 받고 있지만 제 연기에 20% 정도는 아쉬운 생각이 들어요. 감정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한 부분도 있고…. 언젠가는 후회 없는 연기를 했노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화이’는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2003)로 충무로를 들썩이게 만든 장준환(43)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영화는 어린 시절 범죄조직에 납치돼 원수 다섯 명을 ‘아버지’라 부르며 자란 소년 화이의 이야기를 다룬다. 화이는 기억에서 잊혀진 자신의 성장 스토리를 알게 되면서 양아버지들을 상대로 복수에 나선다. 작품은 인간의 존재와 구원의 의미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정말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오디션을 봤고, 결국엔 화이 역을 맡게 됐죠. 하지만 막상 연기를 하게 되자 고민이 많았어요. 분노와 배신감만으로 화이를 연기하는 건 아니라고 여겼거든요. 화이는 많은 마음이 얽혀 있는 아이라고 생각하고 촬영에 임했어요.”
화이가 극도의 슬픔을 품은 아이인 만큼 촬영 이후 심적 후유증을 겪었을 법도 하건만 여진구는 “후유증은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매번 촬영이 끝나면 평소 모습으로 바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촬영 현장이 굉장히 화기애애했어요. 워낙 어두운 영화다보니 촬영장 분위기라도 밝게 만들려고 다들 노력했던 거 같아요. 영화에 출연하는 ‘아버지들’을 촬영장 벗어나서도 ‘아빠’ ‘아버지’라고 불렀을 만큼 서로 친하게 지냈어요(웃음).”
김윤석 등 선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것과 관련된 소감도 들어볼 수 있었다. 여진구는 “선배들로부터 연기할 때 상대를 이끌어가는 ‘리더십’ 같은 걸 배운 거 같다”고 말했다.
여진구는 영화 ‘새드무비’(2005)로 데뷔해 숱한 작품에서 열연을 펼치며 스타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그는 올해 고등학교(서울 남강고)에 진학한 10대 소년일 뿐이다. 여진구는 얼마 전 치른 중간고사를 망쳤다며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배우 말고 다른 진로는 전혀 생각 안하고 있어요. 앞으로 1인2역 연기도 해보고 싶고 악역도 맡아보고 싶어요. 유명한 배우보다는 진심을 담아 연기하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에요. 어떤 배역을 맡으면 저라는 사람이 그 역할 자체가 돼버리는, 그런 연기자로 성장하고 싶어요.”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