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처럼 온궁에서 온천욕 해볼까
입력 2013-10-09 17:01 수정 2013-10-09 23:15
‘온궁의 부활’을 주제로 ‘2013 대한민국 온천대축제’가 열리는 아산은 추억의 도시이다. 1970년대까지 완행열차를 타고 온 신혼부부들은 온양온천에서 꿈같은 온천욕을 즐겼다. 세월이 흘러 온천여관은 온천호텔로 바뀌고 완행열차가 기적을 울리던 녹슨 장항선은 레일바이크로 변신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그 옛날의 신혼부부가 이제는 추억을 찾아 전철을 타고 오는 아산으로 추억의 오감여행을 떠나본다.
세종대왕을 비롯해 조선의 왕이 온천욕을 하던 온궁(溫宮)은 어떻게 생겼을까? 조선왕조실록은 ‘하루 목욕하면 사흘 휴식하는 것과 같고, 이틀 목욕하면 엿새 동안 휴식하는 것과 같다’고 기록하고 있다. 휴양과 질병 치료를 위해 조선의 왕들이 행궁을 짓고 온천욕을 즐겼던 곳은 한양과 가깝고 물이 좋기로 소문난 충남 아산의 온양온천. 베일에 싸였던 온궁은 사라지고 없지만 그곳에서는 여전히 뜨끈뜨끈한 온천수가 솟아나고 있다.
수도권에서 전철이나 장항선 기차를 타고 도착하는 온양온천역은 아산 오감여행의 출발점으로 온천대축제의 주무대. 온양온천역 광장을 중심으로 도보로 5∼10분 거리에 온궁이 있었던 온양관광호텔을 비롯해 온양제일호텔, 그랜드호텔, W호텔, 뉴코리아호텔 등 5개의 관광호텔과 200여개의 여관 등 온천욕 시설을 갖춘 숙박시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온양온천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으로 역사가 1300년 전 백제시대로 거슬러 오른다. 온양(溫陽)이라는 지명은 조선 초기에 붙여진 이름으로 백제시대에는 탕정(湯井), 고려시대에는 온수(溫水)라고 불렀다. 조선시대에는 세종, 세조, 현종, 숙종, 영조, 정조 등 왕들이 휴양과 치료를 목적으로 온궁(溫宮)을 짓고 머물렀다.
쥐라기와 백악기 화강암층에서 솟아나는 온양온천의 온천수는 수온이 37.8∼54.9℃. 수질은 실리카 성분을 함유한 알칼리성(PH 9.15)으로 신경통, 관절염, 피부염, 위장병,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과 피부미용에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온천수를 이용한 미용제품 ‘온궁’도 개발됐다.
온양은 한때 젓갈이 유명했던 고장으로 신혼부부들의 필수 선물 목록에는 온양 새우젓이 있었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젓갈상점은 대부분 사라지고 없지만 온양온천역 옆에는 3대째 온양젓갈의 맥을 이어오는 젓갈장인이 있다. 온양온천역 주변 토굴에서 전통방식으로 저염도 젓갈을 만드는 굴다리식품의 김정배씨가 그 주인공으로 온천대축제 때 새로 오픈한 젓갈체험장에서 오징어 젓갈 만들기 등 체험행사가 진행된다.
살아있는 민속박물관으로 외갓집 분위기 물씬 나는 외암민속마을은 광덕산과 설화산 아래 위치한 500년 역사의 양반촌으로 예안 이씨의 세거지. 영암댁 참판댁 송화댁 교수댁 감찰댁 등 10여 가구의 기와집과 50여 가구의 초가집 대부분이 조선시대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건재고택을 비롯한 양반가의 넓은 마당엔 전통 정원이 꾸며져 있어 당시의 풍류와 생활상을 짐작하게 한다.
예스러운 초가집과 돌담으로 연결된 골목길이 운치를 더하는 외암민속마을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장소로도 자주 이용된다. 특히 온갖 가을꽃이 돌담 밖으로 고개를 내민 5.3㎞ 길이의 고샅길을 걷다보면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1987년에 발견되어 91년에 관광지로 개발된 음봉면 신수리의 아산온천은 약알칼리성 온천으로 인체에 유익한 20여 종의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현재 15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온천욕장을 비롯해 여관 등의 시설이 개장되어 있다. 아산스파비스는 온천수로 물놀이를 하는 테마온천시설.
현충사 가는 길에 위치한 곡교천 은행나무길은 우리나라 최대의 은행나무 터널로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면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송곡네거리에서 현충사 진입로까지 이어지는 은행나무 터널의 길이는 약 1.2㎞. 10m 높이로 자란 수령 30∼40년의 은행나무 365그루가 곡교천을 따라 거대한 황룡이 꿈틀거리듯 길게 이어진다. 온천대축제 기간에는 70년대에 결혼한 황혼의 신혼부부들에게 신혼의 낭만을 되찾아주는 ‘리마인드 허니문’의 작은음악회가 열린다.
온천대축제 기간 중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되는 은행나무길은 이른 아침 곡교천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은행잎 사이로 쏟아지는 가느다란 햇살, 그리고 해질녘 긴 그림자를 벗한 은행나무가 시심을 자극한다. 곡교천 은행나무길이 끝나는 곳에 위치한 현충사에는 난중일기를 비롯해 이순신 장군이 사용하던 장검 등이 보존되어 있다.
온양에서 서쪽으로 15㎞ 지점에 위치한 도고온천은 동양 4대 유황온천으로 200여 년 전부터 온천으로 개발됐다. 도고온천은 유황 함유량이 기준치인 1㎎을 넘는 260.9㎎으로 국내에서 유황성분이 가장 강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 찾았다는 도고온천은 신라시대에는 왕실 요양지로 각광을 받았던 곳으로 온천욕 시설을 갖춘 콘도 3개와 여관 10여 개가 성업 중이다.
도고온천을 대표하는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는 바데풀, 유수풀, 키즈풀 등 다양한 워터파크 시설을 갖춘 보양온천. 온천 최초로 입욕객의 사상체질 등을 진맥한 후 맞춤형 입욕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온궁한의원도 운영하고 있다.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의 카라반 캠핑장에서의 숙박은 특별한 경험.
도고면 봉농리의 ‘세계꽃식물원’은 365일 꽃이 피는 비밀의 화원이다. 세계꽃식물원의 유리온실은 1만9800㎡로 세계 최대 규모. 국화를 비롯해 베고니아 등 형형색색의 꽃이 은은한 향을 발산한다. 세계 각국의 아름다운 꽃 3000여 종이 사계절 피고 지는 세계꽃식물원에는 최근 페퍼민트를 포함한 허브 식물원도 새로 생겼다. 천천히 꽃을 즐기며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전시관의 구조를 구불구불하게 만든 것이 특징.
세계꽃식물원 옆에는 최근 장항선 폐선을 활용한 레일바이크도 등장했다. 옛 도고온천역에서 선장간이역까지 왕복 5.2㎞를 달리는 아산레일바이크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황금들판을 달린다. 1970년 대의 풍경이 오롯이 남아있는 옛 도고온천역 구내를 벗어나면 황금들판 속으로 이어지는 곡선코스가 아스라하게 펼쳐진다. 오르막 구간 400m에는 자동견인장치가 설치돼 있어 페달을 밟지 않아도 자동으로 레일바이크가 이동한다.
아산=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