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곽희문 (9) 한국어로 성경공부 ‘복음학교’ 6곳까지 늘어나

입력 2013-10-09 17:16


엘토토유치원에 이어 청소년을 위한 엘지아가 만들어졌고 세 번째 사역이 바로 청각장애 어린이를 위한 엘고마다. 이것은 ‘하나님의 북’이란 이름의 찬양단이다. 소리를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데 음악을 한다니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청각장애아도 인간의 심장 소리와 가장 닮은 북소리는 낼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북찬양단을 만들 수 있었다.

8명을 모아 연습을 시작했다. 소리로 하는 연습이 아니라 눈짓과 몸짓으로 맞추는 것이니 몇 배나 힘이 들었다. 지도교사 프란시스가 인상을 쓰면 못한 것, 웃으면 잘한 것이 되었다. 아이들은 매일매일 연습하면서 함께 기도하고 예배도 드렸다.

이들이 외교관배우자협회가 주최한 자선 만찬회에 초대돼 첫 연주를 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이들이 모여 내는 하모니에 참석자들은 모두 기립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나도 울컥 눈물이 나왔다. 그만큼 감동적이었던 것이다.

북찬양단원들도 자신이 무엇을 해냈다는 뿌듯한 자신감과 함께 벅차오르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 누구도 이렇게 외교관들이 잔뜩 있는 장소에서 멋진 공연을 할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엘고마 공연 내용은 동부아프리카 유력 일간지 ‘데일리네이션’에 게재됐고 이 때문에 북찬양단은 일약 유명해졌다. 역시 하나님은 멋진 분이셨다. 소리를 듣지 못하지만 표정과 몸짓으로 호흡을 맞춘 단원들이 참 자랑스러웠다.

복음 사역에 탄력을 받은 나는 쓰레기장인 덤핑사이트 안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을 시작했다. 스태프들이 큰일 난다고 했지만 난 자신이 있었다. 처음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현지인들이 하나둘 모였고 이제는 주 2회 예배가 정착됐다.

아직 난 선교사로 많이 부족하다. 그러나 하나님의 일은 계산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소 무모하더라도 믿음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철저히 느낀다. 주님이 주시는 감동(성령)이 확고하면 그곳엔 반드시 능력과 기적이 따른다.

나와 아내는 감성이 풍부한 편이다. 그래서 마음으로 느껴지고 안타까운 일을 만나면 이와 연결된 사역을 저지르길 좋아한다. 하나님이 나의 이런 성격을 쓰시는 것이라면 선택을 잘하신 것이란 생각도 든다.

사역들이 늘면서 내 업무도 더 바빠지고 물질도 더 많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 필요를 항상 하나님이 채워주셨다. 절대 넘치는 법은 없었다. 주어지는 것으로 아끼고 아껴 사용하면 가능했다. 무리하게 하지 않았다.

유치원에 청소년 선도, 북합창단, 덤핑사이트 예배에 이어 인근 중·고등학교 교장을 찾아갔다. 난 한국에서 온 선교사인데 1주일에 한 번 시간을 주면 원하는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성경을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그들은 뭔가 도움을 기대하는 것 같았지만 난 그럴 형편은 아니었다.

열심히 기도했더니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복음학교’라고 이름을 붙였다. 기독교를 주제로 한국어를 가르쳤다.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면 기독교 복음을 습득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학교를 돌며 ‘복음학교’를 열었다. 이렇게 시작한 복음학교가 6개까지 늘어났다. 나는 신이 나서 가는 학교마다 기독교 복음을 한국어로 전파했다. 따라서 이들이 가장 먼저 습득한 한국어는 ‘십자가’ ‘하나님’ ‘예수님’ ‘교회’ ‘사랑’ ‘은혜’ 등의 단어였다.

내가 이곳 케냐에서 이런 사역들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후원자들의 기도와 정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수시로 단기선교팀이나 자원봉사자들이 엘토토유치원을 찾아주어 큰 힘이 됐다. 그들의 물질과 정성, 달란트가 모여 이곳 사역이 점점 풍성해지고 단단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은 사람을 통해 일하시고 역사하시며 도우신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