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목사의 시편] 먼저 우리 눈 속의 들보를 꺼내자

입력 2013-10-09 17:13


최근 일본 아베 정권의 후안무치한 태도, 특히 과거 일본제국의 주변국 침략 및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몰염치한 정당화 논리가 세계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

일본으로부터 가장 큰 피해를 보았을 뿐만 아니라 최근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문에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우리 국민들 입장에서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 지도자들이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이전보다 한층 높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우리 국민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사건이 언론을 통해 최근 공개됐다. 지난 7일 한 국회의원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최근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공화국 의회에서 한국 남성들과의 결혼을 금지하는 방안이 논의되었다고 폭로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몇 달 전 키르기스스탄의 사회문화보건노동 담당 부총리가 한국 대사를 만나 “키르기스스탄 여성과 한국 남성의 결혼이 늘어남에 따라 키르기스스탄 여성이 한국에서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거나 심지어 죽음에 이르는 문제가 보고되고 있다. 의회에서 한국인과의 결혼을 금지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며 한국 정부에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 대사는 “다문화가정의 결혼 문제가 키르기스스탄 여성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다문화가정도 많다”는 다소 궁색한 답변을 했다고 한다.

물론 한국 대사의 말처럼 모든 국제결혼이 불행하거나 비극적인 결말을 맺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남성들과 결혼한 제3세계 여성 상당수가 큰 어려움과 고통을 겪어온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래서 최근 통계 자료에 의하면 다문화 부부의 평균 결혼생활 기간은 3.2년에 불과하다. 결국 한국 남성들과의 국제결혼이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급기야 한국 남성들과의 국제결혼이 금지되거나 엄격히 제한되는 사태들이 최근 해당 국가들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언론들은 주로 우리나라 정부의 부실한 외교 및 행정을 질타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우리나라 정부만을 탓할 문제가 아니다. 비록 위안부 문제와 국제결혼 문제의 비중을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그 밑바닥에 놓인 국민의 도덕성과 양심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에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결코 우월하지 않다. 그러므로 이 현상에 대해 우리는 공동체적 책임의식, 즉 우리나라 국민 전체가 수치심과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나라가 일본의 뻔뻔한 보수우익 정권에 엄중한 역사적 책임을 당당하게 물을 수 있다.

그렇다면 누가 우리 국민들의 도덕성과 양심 회복을 주도할 것인가. 그것은 바로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부름을 받은 이 땅의 교회들이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비단 이 땅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제3세계 여성들뿐만 아니라 오늘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고통과 절망의 눈물을 삼키고 있는 수많은 사람과 함께 울어야 한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 한국교회의 진실한 눈물이 이 땅의 수치와 허물을 씻어낼 것이다.

<꿈의교회 / facebook.com/dreamhak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