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체제 구축 김정은, 무게중심 軍→黨으로

입력 2013-10-08 22:33 수정 2013-10-09 01:08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 출범 이후 북한이 기존 선군(先軍)정치 중심의 지도체제에서 노동당이 주도하는 시스템 국가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는 김 제1위원장이 아버지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친정(親政)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향후 북한식 지도체제가 어떤 식으로 완성될지 주목된다. 특히 북한은 과거 강경한 대외정책을 주도했던 군부 고위 인사들을 대거 교체하고 노동당 정치국의 위상을 승격시키는 방식으로 국정의 중심을 이동시키고 있다.

통일부가 8일 발표한 ‘김정은 체제 이후 주요인사 개편 특징’ 자료에 따르면 김 제1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의 당·정·군 주요 인사의 절반가량이 교체됐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2011년 1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북한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218명 중 97명(44%)이 교체됐다. 218명은 통일부가 자체 집계한 북한 주요인사 명단이다. 노동당에선 부장급 이상 96명 중 38명(40%)이, 내각에선 상(相·우리의 장관)급 이상 고위 간부 118명 중 47%인 55명이 각각 자리를 옮겼다.

노동당 인사 개편의 특징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 때보다 위상이 강화됐다는 점이다. 기구 확대로 인한 인원 보강 및 교체가 대부분이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당대표자회를 열고 정치국 위원(후보위원 포함)을 27명에서 36명으로 증원했다. 특히 김 제1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가 당 비서에 임명됐고, 고모부이자 후견인인 장성택은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직위가 높아졌다.

이처럼 김 제1위원장이 당 중심의 사회주의 국가 시스템으로 변모를 꾀하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도력의 한계에서 비롯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정부는 김 제1위원장이 당 중심의 국가운영 시스템을 통해 군부를 견제하고 정권을 유지하는 쪽으로 지도체제의 방향을 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일 체제 말기부터 당 위상 변화 움직임이 있었다”며 “김 위원장이 권력기반이 취약한 아들을 위해 ‘노동당 부활’이라는 길을 터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2010년 9월 44년 만에 당대표자회를 열고 김 제1위원장을 공식 후계자로 지명했다. 김 제1위원장이 당 관료 출신인 최룡해를 당대표자회에서 군부 서열 1위인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이 6월 개정한 ‘유일사상 10대 원칙’도 당의 권능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반면 군은 4대 핵심 요직인 총정치국장, 총참모장, 인민무력부장, 작전국장이 전원 교체되고 위상도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8월 이후 군 핵심 인물 8명의 계급이 강등됐고, 그중 절반만 복권됐다. 북한 최고 직위인 정치국 상무위원에서도 군 출신 인사가 전원 배제된 것이다.

올해 총참모장과 인민무력부장에 각각 임명된 이영길, 장정남은 사실 아버지 김정일 체제에선 권력의 변두리에 있던 인물들이다. 지명도가 낮은 이들이 김정은 체제에서 권력 핵심에 진입한 만큼 국정의 중심축이 된 노동당의 영도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은 김 제1위원장 체제 구축을 위한 우상화 작업도 본격화했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 내부에선 반대급부로 김정은 체제에 대한 냉소적 시각도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규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