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물리학상 ‘힉스 입자’ 힉스·앙글레르 수상
입력 2013-10-08 22:30 수정 2013-10-09 01:06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137억년 전 우주 탄생의 열쇠를 쥐고 있는 ‘힉스 입자(Higgs Boson)’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예측한 팔순의 물리학자 2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8일 프랑수아 앙글레르(80) 벨기에 브뤼셀자유대 명예교수와 피터 힉스(84) 영국 에든버러대 명예교수를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상위원회는 “우주 만물에 존재하는 기본 입자에 질량을 부여한 메커니즘을 이론적으로 예측하고 최근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가 이를 실험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 공로”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1964년 힉스 입자의 이론적 존재 가능성을 각각의 논문을 통해 예견했다.
힉스 입자는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이 입자의 존재는 현대물리학에서 우주 탄생의 원리를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가설인 ‘표준모형’에서 출발한다. 이 모형에 따르면 우주 만물은 쪼개고 쪼개서 가장 기본이 되는 12개의 소립자(쿼크 6개·렙톤 6개)와 4개의 매개 힘(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 만유인력)으로 구성된다. 이런 소립자와 힘의 결합이 세상의 모든 물질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힉스 교수는 49년 전 이런 만물을 형성하는 입자들에 질량을 주는 매개체가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같은 시기 앙글레르 교수도 동료인 로버트 브라우트(지난해 사망해 수상에서 제외) 박사와 함께 힉스의 존재를 제시했다. 힉스 입자까지 포함하면 표준모형상의 입자는 모두 17개가 된다. 이 가운데 힉스 입자만 그동안 가상의 존재로 남아 있었다. 16개 입자는 137억년 전 우주 대폭발(빅뱅) 때 생겨났으며 힉스 입자는 당시 잠깐 존재해 이들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고 사라진 것으로 추정됐다. 힉스 입자가 그동안 ‘신의 입자’로 불린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CERN은 2008년부터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지대 수백m 지하에 설치한 길이 27㎞의 대형강입자충돌기(LHC)에서 입자끼리 충돌시키는 ‘초미니 빅뱅’ 실험을 한 결과 ‘아틀라스’와 ‘CMS’ 2개의 검출기에서 힉스가 나타난 흔적을 확인했다. CERN이 올 3월 힉스 입자를 발견했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두 사람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예상돼 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표준모형에 대한 일부 반론이 제기되는 등 엄밀성이 부족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노벨상위원회도 “힉스 입자의 발견이 훌륭한 성취이기는 하지만 표준모형이 우주 비밀에 관한 퍼즐을 푸는 마지막 조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이날 이례적으로 예정 시간을 1시간 이상 넘기고서야 수상자를 발표해 ‘막바지 격론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힉스 교수는 수상자로 확정된 뒤 “기초과학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비현실적 연구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올라가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앙글레르 교수는 “공동 연구자인 고 브라우트 교수를 생각하면 노벨상 수상이 너무 늦은 것 같다. 그와 거의 평생을 같이 일해 왔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두 수상자는 상금 800만 크로네(약 15억원)를 반씩 나눠 갖게 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