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AT 문제 또 유출… 지난 5일 시험 만점자 속출 예상
입력 2013-10-09 04:58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문제가 국내에서 또다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남의 일부 어학원이 문제 유출의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응시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시험 무효’ 주장까지 터져 나오고 있어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8일 다수의 SAT 응시생과 학부모, 학원가에 따르면 지난 5일 치러진 10월 한국 SAT 시험 문제는 지난 3월 미국 SAT 시험에 출제됐던 문제와 100% 동일했다. SAT 주관사인 칼리지보드(College Board)는 문제은행 출제 방식을 택하고 있어 기출문제 공개를 엄격히 금지한다. 그럼에도 강남 일부 어학원은 ‘3월 미국 시험 유출본’을 갖고 수업을 진행했으며 10월 시험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응시자를 대거 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학 조기지원을 앞두고 있는 한 SAT 응시생(18)은 “주변에 갑자기 SAT 만점자가 속출해 물어보니 ‘학원에서 풀어본 문제와 100% 똑같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며 “일부 학원에서 지난 3월 문제를 빼돌려 수강생들에게 돈을 받고 팔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응시생(19) 역시 “아이비리그는커녕 미국 중위권 대학에도 지원하기 어려운 성적이던 친구가 유출된 시험지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 하버드대학에 지원한다니 억울할 따름”이라며 “칼리지보드에 직접 신고해 시험 자체를 무효로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학원가에서는 이번 문제 유출 사태의 장본인으로 일부 어학원을 꼽으며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대치동에서 어학원을 운영하는 한 학원장은 “지난 5월과 6월 문제 유출로 국내 SAT 시험이 연이어 취소됐음에도 일부 학원을 중심으로 기출문제가 여전히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다”면서 “특정 학원의 경우 외국인학교 졸업반 학생들이 4문제당 30만원의 수고비를 받고 문제를 빼내온다는 소문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이런 행태가 끊이지 않는 것은 ‘불법이라도 내 자식 점수만 높으면 된다’는 한국 학부모들의 수요 때문”이라며 “이런 수요가 있으니 학원들도 위험을 감수하고 문제 유출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래교육연구소 이강렬 소장은 “미국 대학에서 SAT는 학점·특별활동·에세이·추천서 등 13가지 전형 요소와 함께 종합적으로 평가되는 학업 요소에 불과하다”며 “한국 학부모들의 SAT 과신 풍조가 사라지지 않는 한 ‘문제유출→시험 축소→한국 학생 점수 저평가 피해’의 악순환은 되풀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