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랍비’ 떠나다… 이스라엘 영적 지도자 오바디아 요세프 별세

입력 2013-10-08 19:12

이스라엘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인이자 정치인으로 꼽혀온 랍비(유대교 지도자) 오바디아 요세프 가 93세를 일기로 7일(현지시간) 사망했다. 이날 밤 예루살렘에서 거행된 장례식에는 70만명 이상이 참석, 그의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고 BBC는 전했다.

오랜 기간 간질환 등 지병을 앓아온 요세프는 2주 전 심장수술을 받았지만 6일 밤 병세가 갑자기 악화돼 다음날 사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통해 “이 시대의 가장 현명한 인물이자 위대한 랍비를 잃었다”며 “깊은 슬픔”을 표현했다.

이라크 출신으로 4세 때 이스라엘로 이주한 요세프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출신 유대인들을 일컫는 ‘세파르디’의 영적 대부였다. 1984년 세파르디 유대인을 대표하는 ‘샤스당’을 창당, 정치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까지 이스라엘은 유럽계 유대인 ‘아슈케나지’에 좌우되는 상황이었다.

샤스당은 항상 소수였지만 연정 구성의 캐스팅보트를 쥔 ‘킹메이커’ 역할을 하며 여러 차례 연립정부에 참여했다. 2008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요세프를 ‘가장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세계 5대 종교지도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기도 했다.

한때 팔레스타인에 일부 영토를 양보해서라도 중동 평화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었지만 말년에는 상식을 벗어난 독설로 논란을 일으켰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뱀’으로 비유하고, 2010년에는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 대해 “지구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강타한 것이 “(미국에) 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