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가을 그녀는 ‘펑키 프린세스’
입력 2013-10-08 18:37 수정 2013-10-08 23:24
가죽 재킷으로 선머슴같이… 니트·레이스 스커트로 여성스럽게
가을이 시나브로 깊어가고 있다. 멋쟁이들은 덥지도 춥지도 않아 멋내기 가장 좋은 계절로 꼽는 때다. 하지만 옷이 많지 않거나 패션 센스가 20% 모자란 이들에게는 별로 달갑지 않은 때다. 특히 기상이변으로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면서 잠깐 스치듯 지나가는 계절을 위해 새로 옷을 마련하기가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무르익은 가을, 알뜰한 멋쟁이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3일 서울 신당동에 자리잡은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를 찾았다.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는 서울시가 유망 신진 디자이너에게 창작할 수 있는 공간과 샘플 제작비, 홍보, 마케팅, 판로 개척 등을 지원하기 위해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말하자면 서울시가 그 실력을 인정한 신진디자이너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현재 창업 5년 이내의 신진 디자이너 50명이 입주해 있다. 이날 만난 디자이너는 4명. 가을의 대표 소재인 가죽과 니트를 주로 다루는 디자이너 2명과 이에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소개해 줄 디자이너 2명이었다.
이들은 올가을 트렌드의 키워드로 ‘펑키 프린세스’를 꼽았다. 펑크(punk)는 속어로 ‘시시한 사람, 재미없는 것, 불량소년·소녀, 풋내기’라는 의미로, 펑크 패션은 1970년대 후반 런던 하층계급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한 반항적이고 공격적인 스타일이다. 프린세스(princess) 룩은 말 그대로 공주풍의 여성스런 의상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스타일이 만나 이뤄낸 펑키 프린세스 룩, 쉽지 않을 듯하다.
가죽을 즐겨 사용하는 김희진(키미제이 대표)씨는 “보이시(소년 같은)한 겉옷에 여성스런 스커트를 받쳐 입는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쉽게 풀어주면서 가죽 라이더 재킷을 추천했다. 김씨는 “몸에 딱 맞아 건달 티가 나는 것보다는 약간 넉넉해 턱 걸쳐 입는 느낌이 나는 사이즈를 고르라”고 귀띔했다. 이 재킷에 하의로 속이 살짝 비치는 시스루스커트나 레이스 스커트, 또는 레깅스를 입으면 남성미와 여성미가 공존하는 펑키 프린세스 룩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더 재킷 안에 도톰한 원피스를 받쳐 입으면 초겨울까지도 거뜬히 입을 수 있단다. 김씨는 “보수적인 스타일이어서 가죽 라이더 재킷이 꺼려진다면 가죽조끼로 관심을 돌려보라”고 했다. 가죽조끼는 한겨울에도 이너로 활용할 수 있어 라이더 재킷보다 경제적이다.
니트 전문 디자이너 김미경(크로쉐 대표)씨는 “니트는 멋스러우면서도 따뜻해 가을과 겨울에 맞춤한 소재”라면서 특히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가 진해지고 ‘힐링’이 화두로 떠오른 올가을에는 니트의 인기가 더욱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가 추천한 디자인은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7부 소매의 망토 스타일 롱 조끼. 롱 조끼는 지금은 재킷이나 셔츠 위에, 한겨울에는 코트 위에 덧입어 멋과 보온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액세서리 디자이너 홍윤정(마르블랑 공동대표)씨는 “올가을에는 앤틱 느낌이 나는 실버 소재가 뜨고 있고, 스터드(징)와 큐빅 등 남성적인 소재와 여성적인 소재가 같이 쓰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르블랑의 김리라 공동대표는 “금속과 가죽 등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소재를 같이 쓴 믹스&매치 스타일도 많고, 대체로 거칠고 큼직한 스타일이 유행”이라 덧붙였다. 홍씨는 “대담한 스타일이 버겁다면 평소 하는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2∼3개 겹쳐서 해보라”고 했다. 목걸이를 두세 번 돌려 팔찌로 착용해도 멋스럽다고.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