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백상진] ‘알맹이 없는’ 국가재정계획 보고서

입력 2013-10-08 18:27 수정 2013-10-08 20:10


올해 기획재정부가 발표하는 ‘전망 보고서’엔 특징이 있다. 과거 잘못된 전망을 하고서도 반성이 없다는 점이다. 이 같은 관행은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도 반복됐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향후 5년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함께 제출한다. 중장기적 시야를 갖고 재정을 관리한다는 취지다. 또 국회에 이를 제출할 때는 국가재정운용계획 평가·분석 보고서도 함께 낸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전년도에 수립한 국가재정운용계획과 비교해 변동사항, 변동요인, 관리계획에 대한 평가를 담은 보고서다.

올해 발표한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유난히 말이 많았다. 우선 균형재정 시기가 1년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해 발표한 2012∼2016년 계획에서는 2014년 관리재정수지(재정수입에서 지출과 사회보장성기금 흑자를 제외한 것)가 1조원 흑자로 균형재정이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이번 계획에서는 임기 내 균형재정이 힘들다고 선언했다.

국가채무도 전망치를 바꾼 사례다. 지난해 계획에서 밝힌 2015년 국가채무는 481조2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9.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채무 비율을 30% 이내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이런 자신감도 올해 계획에서는 사라졌다. 내년 국가채무는 515조2000억원으로 이미 500조원대를 돌파한다. 2017년 국가채무는 610조원에 육박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0%대 중반에 머물 것으로 봤다.

문제는 평가·분석 보고서에 이런 지적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계획이 다른 이유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꼽았다. 하지만 추경이 정부의 4% ‘장밋빛 전망’을 토대로 세입예산을 과다 계상하면서 불거졌다는 부분에 대한 평가와 반성은 없었다. 기재부는 최근 ‘세제 개편안 후폭풍’을 겪은 이후 부쩍 여론 동향에 민감해졌다. 하지만 선결조건이 있다. 알맹이 없는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잘못된 전망을 했으면 그 원인을 진지하게 분석하는 것이 국민들의 눈높이를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이다.

세종=경제부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