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BK21플러스] 심판이 선수로 뛰고 규칙 바꾸고… 상식적인 ‘게임의 룰’ 조차도 없다
입력 2013-10-08 18:17 수정 2013-10-08 22:46
BK21플러스(이하 플러스)는 7년간 1조700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이지만 상식적인 ‘게임의 룰’조차 지켜지지 않은 채 추진되고 있다. 박근혜정부 들어 시작된 플러스가 지난 정부의 2단계 사업보다 절차적 정당성 면에서 대폭 후퇴했다는 평가다.
먼저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다. 플러스의 기획·운영을 좌우하는 ‘총괄관리위원회’ 위원 중 교수는 모두 17명이다. 이 중 포항공대 김광수, 서울대 노정혜·고희종, 동아대 서용권, 전남대 이병택, 이화여대 이공주, 한국과학기술원 이건표 교수 등 7명은 플러스에 참여한다. 두 명 중 한 명은 심판 겸 선수인 셈이다. 과거 세계수준연구중심대학(WCU) 사업단 선정에 참여했던 한 대학교수는 “이명박정부 당시 WCU 사업단을 뽑을 때 참여교수가 총괄위 위원으로 있어서 총괄위원을 그만두게 했었다”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경기 도중 규칙이 바뀌기도 했다. 교육부는 플러스의 미래기반창의인재양성형 사업단 중 참여제한 교수가 포함된 곳이 있자 지난 7월 12일과 18일 총괄위를 열어 예외를 허용했다. 그러나 예외를 허용하려면 신청 마감일(6월 21일) 이전에 확정해 알려야 한다. 공고할 때는 ‘참여제한 교수는 들어올 수 없다’고 해놓고 이후 “가혹하다”며 바꾼 것이다.
BK21플러스 공식 홈페이지에는 참여제한자의 포함 여부를 묻는 질문이 있는데 교육부는 “참여제한자는 불가”라고 명시했지만 예외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플러스의 다른 분야인 ‘특화전문인재양성형’의 공고문(8월 23일)에도 예외에 대한 설명은 없다.
교육부는 부정 선수가 뛰고 있지만 경기가 이미 시작됐으니 빼지 못한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교육부도 참여제한자로 인정한 서울대 이모 교수 등 7명에 대해 별다른 조치가 없는 상태다.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