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BK21플러스] (하) BK21플러스식 ‘이상한 작명법’
입력 2013-10-08 18:14 수정 2013-10-08 22:45
사업 명칭도 ‘정권 코드 맞추기’
BK21플러스 사업은 독특한 ‘작명(作名)법’을 갖고 있다. 수많은 사업에 붙은 이름들을 살펴보면 얼마나 추상적이고 즉흥적이며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추론해볼 수 있다.
◇새 정부 국정 키워드로 치장한 사업들=플러스 사업단(팀)으로 확정된 건 모두 64개 대학에서 사업단 195곳, 사업팀 280곳이다. 이 중 박근혜정부가 내세우는 ‘창조·미래·창의’란 말이 들어간 사업단(팀)은 40%(176개) 정도나 된다.
이 세 가지 키워드는 기존 사업단을 포장하는 데 십분 활용됐다. 2단계에 이어 플러스에서도 사업단에 선정된 서울대 수리과학부는 2단계에서 ‘수리과학사업단’이라는 명칭을 사용했지만 플러스에서는 ‘창의인재양성 수리과학사업단’으로 했다.
경북대 지능기계 뉴트런티어 연구인력양성사업단(2단계 명칭)은 뉴트런티어를 없애고 창의인재를 붙여 ‘지능기계 창의인재 양성 사업단’으로 개칭했다. ‘창의’란 단어를 사용한 사업단은 모두 55개, ‘미래’를 붙인 사업단은 30개, ‘창조’가 들어간 사업단은 14개였다. ‘농생명 창의적 미래인재 양성 사업단’처럼 창의·미래가 동시에 쓰인 사업단도 8곳이었다. 3곳은 창조·미래 조합을 활용했고, 세 단어가 동시에 들어간 사업단은 없었다.
◇뜬구름 잡기, 이름은 거창하지만 정체불명의 사업들=전남대의 ‘공짜21 플러스 e-서비스 사업단’은 이름만으론 어떤 주제를 연구하는지 알 수 없다. 서비스와 관련됐으리라는 유추만 가능하다. 세금이 투입돼 국책 사업을 수행하는 사업단의 이름으로 적절한지 의문이다.
더구나 교육부는 사업단 정보와 관련해 사업제안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어 접근 가능한 정보가 제한적이다. 외부에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학교명, 학과, 사업단 이름, 사업단장 이름 등이 거의 전부다.
낯선 용어를 남발해 이름만 거창해지고 알맹이가 뭔지 알 수 없는 사업단도 부지기수다. 거창해 보이는 단어를 나열하고 창의·창조 등 정부 코드를 끼워 넣는 식이다. 2단계에서 연세대의 한 사업단은 ‘미래사회기반시설 산학연공동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했다가 플러스에서는 ‘레질리언트 사회기반시설 창의인재양성사업단’이 됐다. 사업단 이름 앞에 ‘회복력 있는’ ‘탄력 있는’이라는 뜻의 ‘Resilient’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뭐하는 사업인지 불분명하다.
한 지방대 관계자는 “창의라는 말이 들어간다고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혹시 불이익 당할까봐 넣는 게 좋다고 팀들에 조언했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