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일임업 시장 ‘대립’… 증권사 “수익성 악화… 금융시장 발전 역행”

입력 2013-10-08 18:06

300조원대 투자일임업 시장을 놓고 은행과 증권사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은행 측에선 국내 자산관리시장 발전을 위해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정희수 연구위원은 8일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을 바라보는 자세’ 보고서에서 금융소비자에게 투자일임을 통한 자산관리 문화를 전파하고 수수료 기반(fee-based) 수익모델을 정착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측면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투자일임에서 개인보다 연기금 등 기관 투자가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자산관리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며 “개인을 위한 자산관리시장의 발전을 위해 은행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일임업은 금융회사가 고객으로부터 투자 결정을 위임해 수수료를 받아 자산을 운용해주는 것으로 현재 증권, 보험사 등에만 허용돼 있다.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 문제는 2007년과 2010년에도 나왔지만 증권업계 반발로 무산됐다. 하지만 2011년 296조원이었던 투자일임업 시장이 올해 6월 말 367조원으로 급성장해 400조원을 바라보자 저금리시대에 새로운 수익원을 찾던 은행이 다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증권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들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10년 이후 투자일임업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자산운용사의 수수료는 지속적으로 줄어 2010년 6005억원이던 수수료가 지난해 5056억원으로 감소했다. 증권사는 300개가 넘는 금융투자회사가 경쟁하는 데 은행까지 끼어들면 수익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금융산업과 금융소비자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제기된다. 자본시장연구원 송홍선 연구위원은 “은행의 투자일임업 겸영은 은행이 금융투자회사와 직접 경쟁하는 것으로 스스로 지주회사 체제의 시너지를 부정하는 것이고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운용과 판매가 결합되면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